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제19대 문재인 대통령이 선출됐다. 강대국과 핵을 가진 북한과의 외교 문제가 그렇고 세대 지역 간, 보수 진보 사이의 갈등이 극에 이른 상황이 또한 그렇다. 한편으로는 적폐 청산, 또 다른 한편으로는 화합과 통합이라는 쉽지 않은 시소에서의 균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대통령 선거는 끝났지만 보다 중요한 선택의 책임은 당선자와 우리 모두가 균등하게 져야 한다. 화합의 길로 갈 것인가, 오직 나만의 잣대로 정의를 추종할 것인가. 정략적인 편 가르기와 상대적 박탈감으로 찢긴 공동체를 봉합하기란 쉽지 않은 문제인 것이다.

노예 해방을 놓고 분열과 갈등이 이어지자 링컨은 “나는 항상 가혹한 정의보다는 자비가 더 큰 결실을 맺는다고 믿는다”고 포용과 통합을 강조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퇴임사에서 “이게 민주주의다. 다른 우선순위를 두고 다른 방법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서로 달라도 함께 일어설 것이다. 민주주의 역사는 항상 어려웠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를 포용하는 것으로 진보해 왔다”고 관용을 강조 했다.

대통령의 자리는 인고의 자리다. 그 생생하던 오바마가 8년 임기를 마칠 즈음에는 머리카락이 하얗게 새었다. 19세기 영미전쟁의 영웅 앤드루 잭슨은 미국민으로부터 숭배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다. 그런 잭슨도 “솔직히 말해 내 대통령 시절은 고급 노예생활이었다”고 회고했다. 윌리엄 태프트는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곳이 백악관”이라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퇴임 전 기자들에게 “5년 동안 영광의 시간은 짧았고, 고뇌의 시간은 길었다”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건강을 묻는 질문에 “매일 거울을 보며 내게 말합니다. ‘당신은 아플 자유도 없다’”고 했다. 미국 8대 대통령 마틴 밴 뷰런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와 대통령에서 물러날 때였다”고 했다. 대통령이란 자리가 이렇게 엄중한 것이다.

새 대통령과 정부는 난마처럼 얽힌 산적한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서 존경 받는 대통령, 본보기가 되는 정권으로 역사에 남길 바란다. 대한민국 국민도 퇴임 후 자랑스러운 대통령을 갖고 싶다, 그런 대통령이 꼭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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