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대선에서 제19대 대통령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다. 문 후보는 정치 경력이 그리 길지 않지만, 대권을 거머쥐게 됐다. 그러나 본인의 역량이라기보다는 시운이 따랐다. 지난해 10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국민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자유한국당)에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그 시점부터 민주당 후보가 차기 대선 당선이 유력하다는 점은 예측됐다. 민주당 후보로는 문 후보가 거의 확실했다. 문재인 대통령 시대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박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은 얼마든지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민심을 읽고 스스로 뼈를 깎는 개혁을 선행했어야 했다. 박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계속된 헛걸음은 대권을 통째로 민주당에 가져다 바친 꼴이다. 대선도 상대적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집권하겠다는 논리로는 천박했다. 그의 메시지전략은 집권이 아니라 우파결집용에 불과했다. 안철수 후보는 기성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함에 대한 유권자들의 염증을 새 정치로 살려내는 역량이 부족했다.

이번 대선은 현직 대통령 파면이란 헌정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치러진 대통령 보궐선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5개월, 헌법재판소가 파면 결정을 내린 지 60일, 즉 두 달 만이다. 이 기간 탄핵 찬반을 두고 ‘촛불시위’와 ‘태극기시위’로 상징되는 좌·우파로 국론은 둘로 쪼개졌다. 안보 상황은 6·25전쟁 이후 최악이란 평가가 나온 가운데도 큰 탈 없이 대선이 마무리됐다는 데 의의를 둘 수 있다.

이번 대선은 전 세계가 주목한 선거였다. 북한 정권을 관리할 대통령의 책무를 가진 대통령을 뽑는 선거였기 때문이다. 문 후보의 당선은 이 나라의 내정개혁과 정치발전에 순기능을 할 것이다. 민주주의를 유감없이 발휘함에 따라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집권자가 하기에 따라서는 정치에 드리워진 정치불신과 불확실성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다만 이번 선거를 좌우한 핵심 키워드는 포퓰리즘이다. 대선 공약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바란다. 올바른 정치 방향과 철저한 정책 검토로 다시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

또 안보·외교 분야에서는 섣부른 자주 논리보다는 철저한 국익의 관점에서 외교적 대처를 해나가야 한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북한 정권에 대한 압박과 화해 모두 실패했다. 이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하면서 민족 통일의 열망을 담을 수 있는 3차원의 고난도 외교력으로 평화와 통일의 비전을 만들어 가야 한다.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 등을 비판하는 보수층의 논리도 틀린 것이 아닌 만큼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 대구·경북 주민 중에서 혹 문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다수의 시민도 이제는 새 대통령을 인정하고 지지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시대의 성공은 국민의 성공이다. 온 국민과 함께 전폭적으로 성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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