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신부 김대건’은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승하가 쓴 역사인물 평전으로, 김대건 신부의 짧은 삶 내내 올곧았던 민중구원의 신념을 발굴했다.

이 책은 19세기 초 옛 가치관과 새로운 가치관이 서로 충돌하던 조선의 격동기를 조명함으로써 김대건 신부의 생애가 남긴 의미를 좇는다.

또한 박해 속에서 느낀 김대건 신부의 고독과 두려움을 묘사해 청년 김대건의 심리에 공감하게 한다. 현대문으로 옮겨 실은 김대건 신부의 편지는 숱한 고난에도 신념대로 민중을 구원하려 했던 그의 단단한 삶의 태도를 독자에게 전달해 준다.

2016년, 저자는 저서 ‘마지막 선비 최익현’에서 한결같이 고지식했던 면암 최익현의 삶과 죽음을 다뤘다. 이번에는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최초의 신부 김대건을 부활시켰다. 19세기 조선, 최익현은 서양문물과 가치관이 유입돼 어지러운 시기에도 전통적 가치(유교)를 ‘마지막’까지 지키고자 했다. 반면 김대건은 성직자가 돼 주도적으로 새로 전래된 사상(천주교)을 민중에게 전파하려 했고, 이는 그 시대 ‘최초의’ 시도였다. 요컨대 두 인물은 역사ㆍ사상적으로 양극단에 서 있다. 그러나 저자는 개인의 이익보다는 끝까지 자신의 신념대로 살려 했다는 두 인물의 공통된 가치를 이끌어냈고 그 진정성 있는 삶을 그렸다.

또한 최초의 신부로만 알려진 김대건의 인생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기 위해 생가와 처형터, 여러 성지 등 유적지를 직접 방문했다. 아울러 김대건의 삶을 구체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서한과 당시 박해의 배경과 실태를 기록한 고문서를 두루 참고하여 정확성과 풍부함을 더했다.

이 책은 본격적으로 김대건 신부의 족적을 추적한 최초의 평전이다. 시대의 사회ㆍ역사적 배경을 명쾌하게 설명해 김대건 신부의 인생을 처음 접하는 독자도 쉽게 이해하게 했다. 19세기 초, 유교가 문화ㆍ사상적 기반이었던 조선에 천주교가 전래됐다. 새로운 사상이 유입되면 사회에는 균열이 생기기 마련이다. 당시 조선은 전통적 가치관과 새로 유입된 가치관이 충돌하며 한 시대에서 다른 시대로 넘어가는 격동기였다.

이 책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 방점을 두어, 김대건 신부가 사제(司祭)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행위가 단순히 종교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일종의 선구자적 역할이었음을 강조한다. 또 그 신념을 일생에 걸쳐 지키는 것은 조정의 박해에도 굴하지 않았던 ‘피로 지킨 신앙’이었음을 충실히 설명한다. 하여 김대건 신부의 삶의 도정(道程)을 일대기적으로 파악하는 것을 넘어 그의 선택과 결정을 시대와 함께 이해하게 한다.

저자 이승하(李昇夏)는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김천에서 성장했으며,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문학박사).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이자 한국문예창작학회 회장, 한국가톨릭문인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됐으며,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 지훈문학상, 시와시학상 작품상, 인산시조비평상, 들소리문학상, 천상병귀천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사랑의 탐구’,‘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인간의 마을에 밤이 온다’,‘천상의 바람, 지상의 길’,‘공포와 전율의 나날’,‘감시와 처벌의 나날’ 등이 있고, 소설집으로는‘길 위에서의 죽음’이 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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