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노(no)’라고 할 줄 알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선거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문재인 대통령의 인생역정을 다룬 기사에서 이 발언을 상기시키면서 문 대통령이 1950년 12월 흥남철수 때 미군 함정을 타고 남쪽으로 피난한 실향민 가정에서 태어났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과 북한의 복잡한 관계는 그의 출생 이전부터 시작됐다고 뼈 있는 문장을 썼다. 아마도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전임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는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란 점을 암시하려 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간 남북 대화와 이산가족 문제, 개성공단 재가동 등 대북정책을 김대중, 노무현 정권 당시의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은 이전 정권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압박 고립정책과는 상반되는 것이어서 한미 외교에 상당한 마찰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USA투데이는 “한국과 미국 사이에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균열(rift)을 일으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보수적인 비판가들은 지난 1998~2008년의 햇볕정책이 부활할 것을 우려해 왔다”고 썼다.

외신은 문재인 정부의 변화될 대북 정책에 대해 ‘달빛정책(Moonshine policy)’이란 용어를 만들어 냈다. 문 대통령의 성(姓 Moon)에 빗대 과거 햇볕정책을 계승할 것이란 의미다. 미국 포린폴리시에 ‘한국 민주주의에서는 인민이 분노한 신이다’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 “한국 민주주의는 법(法)이 아닌 야수가 된 인민이 지배한다”고 쓴 국제적인 한반도 전문 저널리스트 마이클 브린이 만든 용어다.

브린은 ‘한국, 달빛정책의 시대에 접어들다’란 제목의 WSJ 기고문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과 달리 문재인 정부의 달빛정책은 더 현실적인 성격을 띠게 될 것”이라 썼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가겠다. 싫든 좋든 김정은을 대화 상대로 인정해야 한다”라고 했다. 경제위기, 불평등, 실업문제 등의 과제와 함께 외교와 국방의 가장 난제인 북한 문제를 풀어나갈 ‘달빛정책’이 어떻게 전개될 지 기대와 불안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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