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불리 먹고
두 홉 소주 몇 병 마시고
뒹굴뒹굴 방바닥을 구르다
나도 모를 노랫가락 흥얼대다
스르르 잠들자
스무 시간이고 서른 시간이고
한 삼일쯤이라도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다
문득 깨면
조용히 묻자

몸아
이제 무엇을 해줄까?




감상) 지금은 새벽 두 시 오십 분. 나는 의자에 앉아 창밖과 책상 위를 번갈아 쳐다보는 중이다. 지금 내 몸 중 살아있는 것이 있다면 두 눈과 손가락과 간간이 뛰는 심장.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섯 시간 즈음을 지났고 아무 소리도 듣지 않고 네 시간 즈음은 지났다. 이제 몸에게 묻고 싶다 뭐하고 싶니?(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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