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침구류 전문 생산·유통업체 (주)평안 "130억원 들인 개성공단 놔두고 베트남 이중투자 현실안타까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5개월 째 가동이 중단된 개성공단의 재가동 소식이 들려온 11일 개성공단 입주업체인 (주)평안의 강진구 상무이사가 원단 등 자재를 살펴보고 있다. 윤관식 기자 yks@kyongbuk.com

북한 개성시 봉동리 개성공단 내 4만7천900여㎡(약 1만4천500평)의 땅을 사서 원단 봉제 가공공장을 짓고 기계를 설치하는데 들인 돈 130억 원. 북에 남겨둔 원단 및 부자재와 완제품 38억 원. 2016년 2월 10일 정부가 일방적으로 개성공단의 가동을 중단하면서 입은 매출손실금 30억 원. 피해규모조차 계산이 어려운 영업손실금. 공단 폐쇄에 따른 경협보험금 70억 원에 북에 두고 온 38억 원어치의 원단 등에 대한 보상금 17억 원. 

이 숫자들이 2007년부터 개성공단에 공장을 짓고 입주한 대구의 침구류 전문 생산·유통업체인 (주)평안의 상처를 대변한다. 

강진구 평안 상무이사는 “북에 두고 온 원자재와 부자재, 기계 보상금을 절반밖에 받지 못했고, 보험금 70억 원도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면 반환해야 해서 고민이 깊다”면서 “가동을 중단해도 고민이고, 재가동해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털어놨다.

15개월이 지난 지금 새롭게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개성공단 재가동의 시동을 걸고 있어 지역의 개성공단 입주기업 평안과 서도산업(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전 123개 입주 기업 중 30%가 휴업상태가 되는 등 큰 손해를 입었지만, 평안과 서도산업은 꾸준한 국내 수요에 유통 거래처가 살아 있었던 덕분에 큰 손해에도 불구하고 기업을 유지하고 있다. 

평안은 보험금 70억 원에 50억 원의 정부 융자금을 합해 베트남에 공장을 세워 침구류 전문생산·제조업체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5개월 째 가동이 중단된 개성공단의 재가동 소식이 들려온 11일 개성공단 입주업체인 (주)평안의 직원이 침구류와 의류 원단 등을 정리하고 있다. 윤관식 기자 yks@kyongbuk.com

강진구 상무는 “인건비가 국내의 60%이고 숙련공이 풍부한 개성공단에 비하면 베트남 공장은 조건이 열악하다”며 “130억 원들인 개성공단 공장을 놔두고 베트남에 이중투자를 하는 현실이 우습기만 하다”고 했다.

강 상무는 개성공단이 재가동돼도 정부가 입주기업들을 위한 현실적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 상황에 따라 개성공단 운영을 일시중단하거나 폐쇄할 때 영업이나 운영손실에 대한 보상 규정 없이 정부가 지급했다 되받아가는 70억 원이 상한인 보험금으로 달래고 있는 상황을 개선해야 하고, 북한 간부가 아닌 기업이 인력을 관리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줘야 한다”면서 “크게 이 두 가지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개성공단에 다시 들어가지 않겠다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3년 북한의 개성공단 출경 금지로 6개월 동안 수백억 원의 피해를 봤고, 경협보험금 70억 원도 받았다가 되돌려준 경험담도 보탰다.

또 개성공단 재가동 시기와 관련해서는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면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이야기를 비롯해 개성공단의 현금이 북에 유출될 수 있어 국제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서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전체 물량의 절반 정도를 개성공단 공장에서 생산하다 공단 폐쇄 이후 15개월째 피해를 본 스카프·손수건 생산업체 서도산업의 여동구 이사는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입주기업을 살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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