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갑던 이웃사촌이 이웃앙숙 될라…

사고현장
김천의 한 작은 마을에서 발생한 오토바이 사고를 놓고 주민들 간 책임 공방이 일고 있다.

지난달 14일 오전 8시께 김천시 아포읍에 있는 한 마을회관 앞을 지나가던 오토바이 한 대가 갑자기 넘어졌다.

마을 주민인 오토바이 운전자 박 모(75) 씨가 마을 회관 앞 정자 기둥과 기둥에서 2m 떨어진 나무 사이 공간을 연결한 가슴 높이의 빨랫줄에 걸려 오토바이와 함께 넘어진 것이다.

사고로 박 씨는 갈비뼈가 5개 골절되고, 부러진 갈비뼈에 폐를 찔리는 중상을 입고 한 달 가까이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또한 사고 충격으로 머리와 어깨 인대가 파열돼 수술까지 받았다.

마을 이장이 설치한 빨래 줄
박 씨는 이날 새벽 물을 대기 위해 논에 갔다가 잠시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위험천만했던 아버지의 상황에 화가 난 아들(41)은 “마을 이장이 자기가 심은 나무가 넘어지지 말라고 사람이 다니는 길에 빨랫줄을 설치했다”며“심지어 사고 현장을 보고서도 사과는커녕 지금까지 병문안 한 번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람이 못 다니는 좁은 길이라고 책임을 아버지에게 미루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사람이 못 다니는 좁은 길이 아니라, 좁아서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이 아니냐”며“그러면 아무 데나 줄을 매달고, 이로 인해 사람이 다쳐도 아무도 책임이 없다는 말이냐”고 따졌다.

박 씨가 “집안 사소한 일까지 서로 다 알 정도로 먼 친척보다 가까운 동네 이웃끼리 소란스럽게 하지 마라”고 달랬지만, 병원에 누워 있는 아버지를 본 아들의 귀에 그 소리가 들어올 리 없었다.

반면 마을 이장은 “내가 나무가 넘어지지 말라고 줄을 설치했으며, 사고 당일 마을 회관 문을 열기 위해 갔다가 사고 현장을 봤다”면서도 “사고가 난 곳은 마을 회관 마당으로 사람이 다닐 수 없는 곳”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 씨 가족에 따르면 마을 이장은 사고가 발생한 지 25일 만인 지난 9일에야 병원을 방문했다.

이에 대해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통행이 예상되는 곳에 장애물을 설치하는 것은 사고의 예견 가능성이 있으므로 설치자의 과실이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며“설치자가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장애물을 설치해 놓고 통행자가 알아서 피해가야지 하는 식의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장애물의 분별이 쉽게 가능한 상태이고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는 장치가 있었다면 피해자 과실 역시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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