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의지 구체화한 것" vs "원칙 언급…확대해석 경계"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수석과 오찬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검찰 안팎에서 그 배경과 의도 등을 놓고 해석과 의견이 분분하다.

12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11일 참모진과 오찬 자리에서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에게 “지난번에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가 기간 연장이 되지 못한 채 검찰 수사로 넘어간 부분을 국민이 걱정하고 그런 부분들이 검찰에서 좀 제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하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수석은 “법률 개정 전이라도 할 수 있는데 되도록 해야 될 것 같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정확히 어떤 취지로 이런 발언을 했는지는 상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액면 그대로 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사 기간 연장 불발로 2월 28일 활동을 끝내면서 검찰로 넘어간 국정농단 관련 사건이 제대로 수사됐는지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 개혁의 ‘선봉장’ 역할을 하게 될 조국 민정수석 임명 직후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무게감 있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적폐청산’ 의지를 구체화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검찰에 ‘재수사’를 촉구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편으로는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의 향후 과제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온 원론적 발언으로 곧장 국정농단 재수사로 연결하는 것은 확대해석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검찰 수사에 일절 개입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의 소신을 여러 차례 피력해왔다.

조 수석이 전날 기자 브리핑에서 “민정수석은 검찰의 수사를 지휘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은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읽힌다.

검찰→특검→검찰로 이어진 7개월간의 고강도 수사 끝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포함한 국정농단 연루자들이 모두 기소됐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점에서 전면적인 수준의 재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다만, 문 대통령 발언의 진의와 관계없이 새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이 본격화하고 국민 지지가 뒤따를 경우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되는 의혹에 대한 ‘제한적 재수사’가 가능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은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실제 국정농단 수사는 일부 의혹에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박근혜 정부의 ‘황태자’로 군림한 우병우(51)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부실 수사’ 논란이 대표적이다.

그는 최순실(61)씨의 국정농단을 묵인·방조한 혐의 등으로 특검과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두 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모두 기각돼 결국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세월호 수사 외압’ 등 자신에게 칼을 겨눠야 하는 우 전 수석 일부 비리를 제대로 캐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 식구 감싸기’식의 소극적 수사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또 청와대 압수수색이 무산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검찰에 지시했거나 검찰과 교감한 내용, 논의한 사안 등이 사실상 ‘봉인’돼 버린 측면이 강하다는 것도 한계로 남았다.

수백억 원대라는 추산이 나도는 최순실씨의 국내외 재산 추적·환수 작업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적폐청산 관련 공약에서 이를 언급한 만큼 재수사가 이뤄지면 핵심 타깃이 될 수 있다.

조 수석이 전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언급하며 “과거 정부에서 검찰이 막강한 권력을 제대로 사용했다면 그런 게이트가 미연에 예방됐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검찰이 2014년 말 불거진 ‘정윤회 문건 파동’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결국 국정농단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적 시각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됐다.

검찰은 당시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의 존재가 처음 드러난 문건의 실체보다는 유출 경로 파악에 집중해 비판을 받았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수사를 지휘한 인사가 전날 사의를 표명한 김수남 검찰총장이다.

다만, 검찰은 정윤회 문건 조사 당시에는 최순실의 존재가 수면 위로 떠오르거나 언급되지 않았으며 그 몇 달 뒤 최씨 문제가 불거졌다는 입장이다. 문건에도 최씨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다.

어쨌건 조 수석 발언의 연장선에서 재수사가 현실화할 경우 당시 청와대 외압과 부실 수사 의혹의 불씨가 재점화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와 향후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

한편,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국정의 중요한 사건에 대해 미진한 게 있는지 여부를 민정 차원에서 확인하고 검토하란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민정수석실 차원의 확인 및 조사 차원이지 검찰에 재수사를 지시한 게 아니라는 취지다.

조 수석의 ‘정윤회 문건’ 관련 발언에 대해선 “과거에 폭로 당사자인 경찰관이 감옥에 갔으니 이 처리 절차가 합당한 것인지에 대해 민정 차원에서 그동안의 프로세스를 점검해보란 말씀으로 이해가 간다”고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민정수석실의 확인과 조사 이후 문제점이 드러날 경우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 사실상의 재수사에 나서야 할 대상이나 부분을 둘러싼 얘기가 나올 가능성이 커 당분간 논란과 관심은 사그러지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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