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영 PD "출연진끼리 은근히 경쟁…일요일 편성 주효"

“이게 경쟁이라고 할 수도 없는 건데 경쟁이 펼쳐져요.(웃음) 출연진끼리 은근히 경쟁을 해요. 서로 더 가감없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죠. 그게 바로 저희 프로그램 인기 비결인 것 같아요.”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마의 숫자’인 시청률 20%를 달성한 SBS TV ‘미운 우리 새끼’의 곽승영 PD는 14일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금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다 지난달부터 일요일 밤 9시 15분으로 자리로 옮긴 ‘미운 우리 새끼’는 자리를 옮기자마자 시청률이 상승세를 타더니 급기야 지난 7일 방송에서 시청률 20%를 돌파했다.

모든 게 맞아떨어졌다. 편성 전략이 주효했고, 새로 투입된 이상민의 이야기가 날개를 달아줬다. 김건모, 박수홍, 토니안의 이야기도 충실했다.

곽 PD는 “솔직히 아직 실감이 안 나고 남의 프로그램 이야기 같다”며 “어떻게 20%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운이 좋았다”고 얼떨떨해했다.

◇ “이상민이야말로 ‘미운 우리 새끼’”

요즘 ‘미우새’의 화제는 단연 이상민이 끌고 가고 있다. 69억 원의 빚을 지고도 씩씩하게 살아가며 허세마저 부리는 이상민의 사연은 매회 ‘충격’마저 전해주고 있다.

곽 PD는 “파일럿을 준비할 때부터 이상민 씨를 접촉했다. 이상민 씨야말로 ‘미운 우리 새끼’ 아니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파일럿을 선보이고 정규편성된 후 해를 넘기도록 이상민의 섭외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상민 씨가 아직은 사생활을 노출할 때가 아니라며 고사하더라고요. 만약 출연하게 되면 자신의 생활을 다 보여주고 싶은데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거였죠. 그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니 기다렸죠. 그런데 MC 서장훈 씨가 그 사이 꾸준하게 이상민 씨를 설득한 거였어요. ‘아는 형님’에 두 분이 함께 출연하니까 이상민 씨를 만날 때마다 서장훈 씨가 ‘미우새’ 출연을 권유한 거였어요. 서장훈 씨가 그렇게 자신의 프로그램에 대한 애착도 크고 아이디어도 많으세요. 결국 서장훈 씨의 꾸준한 설득에 이상민 씨가 출연을 하게 됐습니다.”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빚에 짓눌려 있으면서도 성실하게 갚아나가려고 하고, 그 와중에 ‘폼생폼사’의 자세를 잃지 않는 이상민의 일상은 그 자체가 각본 없는 드라마. 시청률 20%를 넘어선 날은 이상민이 자신의 채권자 중 한명과 식사를 하는 내용이 방송됐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그리기 힘든 장면이다.

“이상민 씨가 빚이 많다 보니 녹화를 하다 보면 채권자들에게 문자나 전화가 수시로 와요.(웃음) 그런데 정말 희한한 게 채권자들과 형, 동생하며 지내는 거에요. 그 모습이 카메라에 다 담기는데, 찍고 나서 상민씨가 채권자에게 방송에 나가도 되냐고 양해를 구하면 다들 괜찮다고 하시는 거에요. 그러던 어느날 상민씨가 채권자를 만나러 가는데 찍겠냐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깜짝 놀라 찍어도 되냐고 반문했죠. 그 채권자 분도 상민씨한테 도움이 되는 거라면 하겠다고 하신 거에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이상민이라는 사람에 대한 생각이 또 한번 바뀌었어요. 이런 사람이니까 지금껏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구나 감탄했습니다.”

곽승영 PD
◇ “일요일 밤으로 옮기며 2049 시청자 늘어”

‘미우새’는 금요일 밤에도 10~13%의 시청률을 보였고 15%를 찍기도 했다. 그게 최대치로 보였다. 하지만 자리를 옮겼더니 숨었던 성장판이 드러났다. 일요일 밤으로 옮기자마자 18%대로 올라서더니 20%를 넘어섰다.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죠. 가슴이 덜컥했어요. 금요일 밤에 잘 되고 있는데 갑자기 자리를 옮긴다니까 큰일 났다 싶었어요. 적응 기간도 필요할 거고…. 그런데 옮기자마자 2049 시청자가 늘어났어요. 그 나잇대 분들이 금요일 밤에는 집에 잘 없잖아요. 그런데 일요일 밤에 하니까 본방송을 보신거죠. 거기에 마침 그분들이 알고, 관심 있어하는 이상민 씨가 새로 투입돼 시너지 효과를 낸 것 같아요. 기존 ‘미우새’의 콘텐츠 파워에 더해지니까 시청률이 더 오른 거죠.”

곽 PD는 “분당 시청률에서는 사실 다른 출연진의 에피소드와 이상민 씨 에피소드가 큰 차이가 없다. 고루 관심을 받는다”고 말했다.

“김건모 씨의 경우는 언행일치의 대가입니다. 입으로 뱉은 말은 꼭 실행으로 옮기죠. 다른 사람이 하면 이상하게 보일 일들이, 김건모 씨가 하면 이상하게 안 보이고 재미있게 보이죠. 그게 김건모라는 사람의 매력인 것 같아요. 박수홍 씨는 처음이나 지금이나 늘 에너지가 불타죠. 흥에 넘치죠. 토니안 씨는 친구 좋아하고, 남의 일에 참견하는 것 좋아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펼쳐지고 있고요.”

‘미우새’의 안정적인 인기에는 어머니들의 존재감이 큰 몫을 차지한다.

“다른 프로그램과 ‘미우새’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어머니들이죠. 이 분들이 스튜디오에서 얼마나 잘 버텨줄 것인가가 관건이었는데 너무 잘해주고 계세요. 2주에 한번 어머니들과 녹화를 하는데 아들들 촬영분을 보러 오는 재미에 오세요. 사오십 먹은 아들들이 누가 어머니에게 자신의 일상을 얘기하나요. 어머니들은 실제로 저희가 찍어온 것을 보고 아들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게 되세요. 처음에 어머니들 출연을 설득하는 게 어려웠지만, 어머니의 마음은 다 똑같더라고요. 자식 이야기에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시는거죠. 그 모습에 시청자들이 공감하시는 거고요.”



연합
연합 kb@kyongbuk.com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