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자
저것은 침대처럼 무겁다

저것을 버려야 한다고 결정하자
저것은 망가진 침대

저것이 망가진 것뿐인데
나는 얼굴이 벌게지도록 침대를 옮기고 있다

저것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할 때마다
내 몸 위로 침대가 버려진다

내 몸에 이렇게 방이 많았나
방마다 망가진 침대가 들어앉는다

이렇게 좁은 입구를 뚫고
어떻게 네가 들어온 거니?

나는 어쩌자고 침대를 낳을 생각을 한 거니?
좁아터진 방마다 침대가 만삭이다

일요일에 해치울까?
엘리베이터는 아직 수리 중이다

신호등 앞에서만 의견이 일치하는 사람들은
줄곧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다

폭신한 구름다리를 들고 서 있는 골짜기들처럼
나는 무거워졌다




감상)잘 버리는 것이 잘 사는 법이라고 한 선배가 그랬다. 아무리 버려도 버려지지 않는 것, 버렸다 생각하고 돌아서면 어느 새 나보다 먼저 소파에 침대에 변기에 앉아있는 것, 잘 버리는 법을 터득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내가 정말 그것을 버리고 싶기나 한 것이었을까.(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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