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배근 동국대 교수
경북의 정치지형이 달라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득표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고 보수성도 매우 강한 경북이지만 정치지형이 변화할 기미가 보인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경북 득표율은 지난 18대 대선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보다 3.1%나 높은 21.7%를 기록했다.

물론 촛불 대선이라 그보다도 더 높은 득표율을 기대했겠지만 지난 4·13총선에서 무소속조차 단 한 석도 허용하지 않는 압도적 여당 지역에서 나타난 소중한 변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첫 유세지와 마지막 유세지로 삼을 만큼 공을 들인 대구광역시와 비교할 때도 문재인 대통령의 경북 득표율은 대구(21.76%)와 거의 똑같은 21.73%다.

물론 대구 출신 유승민 후보 때문에 대구에서의 문재인 대통령 득표율이 낮았지만, 경북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경북 23개 시군별로 보면 젊은 층 인구가 많고 공업도시와 혁신도시가 있는 구미(25.5%), 김천(24.3%), 칠곡(23.6%) 순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득표율이 높게 나타났다.

그런데 경북에서 눈여겨 볼만한 지역은 유교적 보수성이 강한 경주시다.

전국에서 면적으로는 안동 다음 두 번째로 넓어 지역이 분산되어 있고 노인 인구와 농촌인구가 많은 경주시의 문재인 대통령 득표율은 22.89%로 인구가 밀집한 대구광역시보다 높고,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유세차 직접 다녀갔던 산업도시 포항시보다도 미미하지만 높다.

그리고 경주시의 역대 민주당 대선후보 최대 득표율 (18대 대선 문재인 후보의 20.47%)보다 2.42%나 더 높다.

한편 홍준표 후보의 경주시 득표율은 18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받았던 79%에 한참 못 미치는 48%로 대폭 감소했다.

물론 다자구도 속에 대선이 치러진 것도 있지만, 보수적 경주시의 정치지형은 크게 변하고 있는 셈이다.

생태계가 발전하려면 균형을 이루어야 하듯이 정치생태계도 지역주의에서 탈피하여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압도적 여당 우위의 경북의 정치생태계에서는 경쟁이 없어 모든 일이 구태의연하게 진행되고 기존의 틀에서 벗어 날 수 없고 역동성 부족으로 지역발전도 정체된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며 객토를 부어야 옥토가 된다.

도민들도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충분한 정보습득으로 사실을 판단하고 정치 감시자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적 악화가 양화를 몰아낸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도민 전체에게 도움되는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 특정 정치인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여당과 야당의 정치력이 균형을 이룰 때 상호경쟁을 통한 정치발전과 지역발전이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이 되었지만 인물 면이나 조직력을 더 보강하여 역량 있는 여당이 되어야 경북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경북의 23개 시군은 각기 지역별로 고유한 사정이 있고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정책개발역량과 정치적 지지가 필요하다.

현재처럼 여당과 야당이 각기 8대2로 기울어진 경북의 정치지형으로는 정권이 바뀌게 되면 다른 지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위기가 오게 된다.

표를 많이 몰아준 지역에 정부정책과 예산이 가는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위기를 겪지 않게 되기 위해서도 정치생태계는 균형을 이루는 것이 좋다.

수도권 유권자의 균형된 표심과 동떨어진 갈라파고스 경북에 이제 희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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