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나눔 같은 '신 노인운동' 전개해야"

박영일 대한노인회 경북연합회장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과 관련된 뜻 깊은 기념일도 많다. 이럴 때일수록 내가 속해 있는‘가정’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어린이들은 부모들을 보면서 자라며, 부모 역시 윗세대의 지나온 세월, 흔적, 자취 등을 되돌아보며 살아왔다. 옛날 노인들은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대접받고 살았다. 노인들의 경험이나 지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가족화 등 서구 사회화되면서 가족과 가정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의 자리는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가정의 달을 맞아 대한노인회 경북연합회 박영일(85·사진)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본다.



△ 박영일 대한노인회 경북연합회 회장은.

. 박 회장은 “不時不如 地利요, 地利不如 人和다” 하여 무엇보다 인화를 가장 중요시 하며 늘 양보하고 섬기는 자세로 80평생을 살아왔다.

그는 의성 출신으로 전국 16명의 연합회장 중 가장 연장자다. 20대에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가 다시 경북대 법학과에 진학, 그 당시 어려웠던 사법시험 1차까지 통과하기도 했다. 30대 초반부터 국회의원 보좌관을 시작해 5대에 걸친 보좌관과 비서관을 역임하면서 정치적인 꿈을 키워 왔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의성군수에 출마했으나 실패한 후 줄곧 대한노인회와 인연을 맺어왔다. 의성군지회 지회장을 4회 연속 역임했던 그는 현재 경북연합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경북연합회는 23개 시·군지회와 325개 분회, 7천809개 경로당이 조직돼, 도내 65세 이상 노인 48만8천728명 중 61%가 가입해 활동 중이다.



△가정의 의미와 노인회의 역할에 대해 조언한다면.

역사학자 토인비는 ‘한국에서 가져 갈 것이 있다면 한국의 가족제도다’ 할 만큼 우리의 가족제도를 부러워했다고 운을 뗐다. 가족 간의 화목함과 효(孝)에 대해 극찬하며 ‘한국의 생명수는 효’라고 단언했다.

가정과 가족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을 느낀다는 박영일 회장. 그는 요즘 핵가족화로 대부분 가정이 부부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특히 자녀들의 가정교육, 도덕·인성교육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자녀들은 스마트폰 등에서 손쉽게 정보를 얻는 시대다 보니 가족 간 대화도 왕래도 부족해요. 부모들 통제도 잘 되지 않는 것 같고…. 어릴 적부터 독서 하는 버릇을 길러줘야 하는데…”

“급격한 산업화 등으로 핵가족화와 서구 사회화되면서 가족과 가정의 중요성이 점점 희박해져 가는 이 때 우리 노인들은 지역의 어른으로서 모범적인 사회활동과 개인적인 삶에 있어서도 절제력 있는 자기관리로 젊은 후 세대에 본이 되는 삶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는 노인회가 지역사회나 국가·자치단체에 부담을 덜어주는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도 국가로부터 많은 지원과 배려를 받고 있어요. 경북도는 타 도에 비해 덩치가 큰 웅도이지만 국가에 재정적인 지원을 더 요구하는 건 염치없는 일입니다. 국가의 지원에 상응하는 활동과 사회공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재능나눔과 같은 ‘신 노인운동’을 펼쳐, 병들지 않는 노인이 병든 노인을 보살피는 풍토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노인문제…해결 방안 그리고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은

“누구나 사람은 늙기 마련이다. 노인문제는 단순한 타인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 모두가 직면할 미래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 노인들의 우선적인 문제는 ‘빈고(貧苦), 병고(病苦), 무위고(無爲苦), 고독고(孤獨苦)’라 하는데, 이 4가지에 다 들어 있다고 봅니다.”

“옛말에 가난은 나랏님도 못 막는다 하지 않았나요. 50%에 육박하는 노인 빈곤, 건강보험료의 40%에 달하는 노인의료비 부담, 독거 노인 등…이 노인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우리 노인회에서 논한다는 것은 아닌 것 같고…다만, 노인회에서는 노인들의 건강한 노후 여가생활을 보다 알차게 영위하고자 경로당을 중심으로 자원봉사클럽활동, 재능나눔활동 등을 통해 적극적인 참여로 노인들의 무위, 고독 등을 해소하고 건강을 증진함으로써,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노인 의료비 절감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봅니다.(웃음)”

이어 박 회장은 경북도에서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할매할배의 날’은 이 시대를 미리 예측해 시행한 것으로 노인들의 무위 고독을 해소하는‘청량제’ 같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앞으로 정부가 노인 일자리를 확대 시행해 노인들의 자존감도 높이고, 노인 기준연령을 점차적으로 현재 65세에서 70세로 조정해 일할 수 있는 사람보다는 정작 필요한 데 더 많이 지원할 수 있기를 바랬다.




오종명 기자
오종명 기자 ojm2171@kyongbuk.com

안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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