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다
어여 받아먹어라
봄은
한 방울씩
눈물을 떠먹였지

차갑기도 한 것이
뜨겁기까지 해서
동백꽃 입술은
쉽게 부르텄지

꽃의 흘린 한 모금
덥석 입에 물고
방울새도
삐! 르르르르르
목젖만 굴려댔지

틈새마다
얼음이 풀린 담장처럼
나는 기우뚱
너에게
기대고 싶어졌지



감상)비가 오면 그날은 비의 마음이 풀리는 날이고 햇살이 뜨거우면 그날은 태양의 마음이 풀리는 날이다. 그러므로 바람이 거세면 바람의 마음이 풀리는 날이리라 내 마음이 풀리는 날 나는 나를 어떻게 흩뿌렸을까 그는 볼 수도 있었겠으나……. 나는 나를 볼 수 없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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