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우(土偶)는 흙으로 빚어 만든 인형이란 뜻이다. 일반적으로 사람 모양을 한 것을 말하지만 넓게는 동물이나 악기, 집 모양 등 다양한 형태의 표상물(表象物)이 다 포함된다. 고대의 토우는 장난감이나 애완용으로 만들어진 것, 주술적인 우상의 성격을 가진 것, 무덤에 껴묻기 위한 부장용(副葬用) 등이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이 지난 1968년 경주의 장산 남쪽 산기슭에 있는 한 무덤을 발굴했다. 돌로 석실을 만든 돌방무덤인 이 고분은 이전에 도굴된 것으로 조사 당시 널방(玄室)의 바닥 네 모서리에서 깨진 토우가 발견됐다. 이 때문에 이 무덤의 이름은 ‘토우총’으로 붙여졌다. 토우총에서 나온 사람 모양의 토우는 서양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에 나오는 사람의 형상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얼굴 부분에 큰 구멍 세 개를 뚫어 눈과 입을 나타내 절규하는 듯 하기도 하고, 놀라는 듯 하기도 한 형상이다.

또 국립경주박물관에는 신라토기로 국보가 된 유물이 있다. 미추왕릉지구에서 발굴된 국보 제 195호 ‘토우장식 목 항아리’다. 높이 34㎝, 아가리 지름 22.4㎝의 팡파짐한 이 항아리의 목과 어깨 부분에는 여인이 신라금(新羅琴)을 뜯고 있는 모습, 뱀이 목 부분에 붙은 개구리를 물려고 하는 모습, 기어가는 거북 등이 장식돼 있다. 이뿐 아니다. 항아리 어깨 부분에는 남녀가 성행위를 하는 장면의 토우가 장식돼 있기도 하다. 경주 용강동과 황성동 통일신라시대 무덤에서도 서 있거나 태껸 자세의 문관상, 병사상 등이 출토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왕궁 복원을 위해 발굴 조사 중인 경주 월성의 북쪽 해자(성 둘레에 판 못)에서 갖가지 형상의 토우 10점이 출토됐다.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과 춤추는 듯한 사람 모습의 토우가 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머리에 터번을 두른 아랍인 복장의 토우다. 6세기 토우로 추정돼 현재까지 출토된 아랍인 추정 토우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의 것으로 보고 있다. 서역인 모양의 토우는 용강동 유적에서도 발굴된 바 있다. 소그드인으로 불리는 아랍인과 처용, 원성왕릉으로 알려진 괘릉의 서역인 무인상 등으로 봐서 신라는 당시 국제적 다문화 국가였을 것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