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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화분

조수환 전 의성공고 교장 등록일 2017년05월17일 15시57분  
조수환 전 의성공고 교장.jpg
▲ 조수환 전 의성공고 교장
알로에(Aloe) 화분에 고추 한 포기가 저절로 나서 자란다. 아마 고추씨 한 개가 화분에 떨어져 있었던 것 같다. 알로에 옆에서 제법 어울리게 자라더니 꽃이 피고 고추가 생겼다. 조그마한 흰 고추꽃이 볼품이 없고 관심도 없이 지난 사이에 꽃이 지고 고추가 달렸다. 꽃보다 고추 열매는 볼만하다.

알로에는 물을 너무 많이 주면 뿌리가 썩는다는데 고추포기가 알로에에 물을 주는 시기를 알리는 바로메타(Barometer)가 된다. 고춧잎이 시들기 시작하면 물이 마른다는 것을 알고 물을 주면 된다.

그러던 중 지난 8월 여름 휴가 중 며칠 집을 비운 사이에 제때에 물을 안 주어서 고춧잎이 바싹 말라 고추포기가 그만 죽었다. 아쉽지만 말라죽은 고추포기를 뽑아내려고 당겨보았지만 잘 뽑히지 않아서 줄기의 아랫부분을 가위로 잘라 내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난 후 그 말라죽었다고 자른 고추 밑가지에서 새순 몇 개가 나온다. 그 순이 차츰 자라서 다시 꽃이 피고 고추가 다시 열리더니 이제 빨갛게 익어 간다. 꽃 화분보다 더 예쁜 고추 화분이 되었다. 원래의 고추 포기보다 더 잘생기고 싱싱한 고추포기가 새로 되었다. 뜻밖의 일이다.

고추는 풍매화이기 때문에 바람이 없는 실내에서는 수분(가루받이)을 잘 못해서 고추를 맺지 못하니 꽃이 활짝 피었을 때 문을 열어 바람이 들어오게 하던지 붓이나 솜털로 인공수분을 해야 고추가 결실을 잘한다.

내년에는 멋진 고추 화분을 별도로 만들고 싶다. 몇 년 전부터 내가 직접 고추씨를 심어 고추 모종을 만들어 텃밭에 심어서 고추를 제법 수확한 경험이 있다. 지금은 텃밭 농사를 할 형편이 안 되니 베란다에서 고추 화분을 만들어 키워 보고 싶다.

2월 하순께에 마른 고추씨를 따뜻한 물에 하루(24시간)정도 담가두었다가 건져내어 젖은 수건에 싸서 따뜻한 온돌 방바닥 한쪽에 두어 2일 정도 지나면 고추씨에서 싹이 트기 시작한다. 그때 알맞은 화분에 심어서 햇볕이 드는 방이나 베란다의 창가에 두면 며칠 뒤에 고추 새싹이 나오고 잘 관리하여서 한 달 정도가 지난 3월 하순께에는 고추 모종이 거의 완성이 되고 4월 초에는 텃밭에나 화분에 옮겨 심으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내년에는 빨간 고추가 달리는 예쁜 고추 화분을 몇 개 더 만들어 보겠다. 싱싱한 화분 고추를 따 먹는 재미도 좋을 것이다.

말라죽었던 화분에서 재생한 고추처럼 한번 실패한 사업이나 실패한 인생도 낙심하지 말고 원래보다 더 좋게 재기할 수 있다는 것을 교훈으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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