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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경도 세명기독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죽음 앞에서 누구나 외로운 거라고 하지만 더더욱 외로운 죽음을 맞는 이들이 있다. 바로 고독사, 무연사라고도 불리는데 가족이나 주위로부터의 관심에서 멀어진 채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가리킨다. 갑작스러운 병으로 인한 경우부터 자살에 이르기까지 외로운 사망의 원인도 다양하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혼자서 생과 이별하다 보니 한참 지나서야 주검이 발견되는 경우들도 많다. 예전에는 주로 나이 많고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들의 고독사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30~40대의 비교적 젊은 연령층에서도 늘어나는 추세라서 사회적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해마다 고독사 발생률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인간 소외라는 아픈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그 심각성을 깨닫고 지금부터라도 사회적 대책을 부지런히 만들지 않는다면 우리가 사는 이곳이 원혼이 떠도는 흉흉한 땅으로 전락해 버릴지도 모른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해 고독사가 더욱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이는 해마다 매년 5월이면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가 다른 달에 비해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꽃이나 선물을 전달하며 가족 사랑을 띄우는 분위기 속에서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자기 가치의 상실감 속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가족의 연합이나 왕래로부터 배제된다는 것은 그만큼 고통스러운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가족으로부터 오는 작은 소식 하나, 안부를 묻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사랑하는 이를 죽음의 유혹에서 벗어나 삶을 살만한 것으로 느끼도록 만들어 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미디어와 사회관계망 서비스의 발달은 인간 사이의 소통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했지만, 정작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말들은 얼마나 오고 갔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언어의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 그중에서도 자살을 부르는 악성 댓글과 같이 차라리 사용되지 않는 편이 훨씬 나은 언어 사용도 많았던 것 같다.

또한 매일 쏟아져 나오는 대량의 정보들이 죽음의 기로에 선 이들에게 무슨 소용이 되겠는가. 결정적인 순간에 사람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은 단지 마음을 담은 몇 마디 진솔한 이야기일 것이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보면 간단한 문자나 통화와 같은 작은 성의로도 자살 예방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것이 정기적이든 혹은 비정기적이든지 간에 한 번씩 누군가를 생각해주는 것, 그리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생명을 살릴 구명줄이 되어 준다.

언어가 가진 기능은 여러 가지이지만 보이지 않는 인간 내면의 상처와 심리적 고통을 지켜봐 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입장에서 볼 때, 언어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사랑의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다. 사랑의 표현은 누구나 가진 근원적 욕구를 채워준다. 그러니 사랑의 의미를 담은 모든 언어적 수단을 동원해서 소중한 사람에게 표현을 해보자. 직접 얼굴을 보면서 말로 전달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글로, 이모티콘으로, 손가락이나 팔로 만든 하트로, 수화나 그 이외의 어떤 제스처나 몸짓도 상관없다. 5월뿐만 아니라 사시사철 더 자주 더 풍부하게 표현한들 문제가 될 것도 전혀 없다. 말에는 사람을 살리는 힘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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