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린다 네가 닫힌다
따라 나가던 내가 닫힌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문을 열고 들어가
무수히 많은 의자에 앉았었지만

벌컥 열고 들어와
누군가 너를 훔쳐갈까 두려웠다

비밀이었던 문이 삭제된다
힘주어 문고리를 물고 있던 복도도 사라진다

더는 애쓰지 말자

손잡이 떨어진 문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참 오래도 서 있었다

어쩌면 문 같은 건 아예 없었던 거다
나는 이제 니가 궁금하지 않다



감상)누군가를 문이라 이름 붙여 놓고 그 앞에 서니 그가 정말 문이 되는 것 같았다. 그 문을 열면 봄이 보였고 그 문을 열면 비 내리는 바다가 보였다. 간혹은 길 잃은 개가 헤매는 것도 보였고 흘러내리는 아이스크림을 든 아이도 보였다. 그러니까 그 문 안에는 나만 빼고 다 있는 것이었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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