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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준수 사회부 차장
“(대구시장이 아니라) 복지국장이 (합의서에) 사인한 거고, 절대불변은 아니라는 것 여러분도 알고 계신가요. 절대불변은 없죠.”

지난 4일 대구시립희망원 내 장애인 거주시설인 글라라의집을 방문한 대구시 5급 간부인 장애인 시설팀장 A씨가 생활인과 생활재활교사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강조한 말이다. 희망원 대책위와 대구시가 지난 2일 내년까지 글라라의집을 폐쇄하고 이곳 생활인들의 탈 시설과 자립을 지원하기로 합의서를 작성한 것과 정반대의 이야기다. 대구시가 대책위와 합의한 내용을 번복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북일보가 A 사무관의 당시 대화 내용 녹취록과 음성 파일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다.

A 사무관은 “희망원은 폐쇄하려면 장기적으로 30년 넘게 걸린다. 유력 대선 후보 중에 선거공약으로 제시해서 대구시가 그것을…”이라는 말도 해줬다. 그러면서 “대구시가 엄청나게 많이 투자해 시설도 좋은 글라라의집을 폐쇄하는 것이 나도 이해가 안 간다”는 설명도 보탰다. 또 “여러분들의 정당한 의견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전달하면 폐쇄 결정이 변경될 수 있고, 8일 복지국장과 만나서도 여러분들이 하기 나름이다”라는 발언도 했다.

A 사무관의 이날 발언은 글라라의집을 관리·감독하는 간부 공무원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도 A 사무관은 경북일보와 통화에서 “보건복지국장과 생활인 면담을 앞두고 대구시와 대책위가 합의한 내용을 설명하면서 글라라의집을 나가야 하는 상황에 화가 난 생활인 등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한 발언”이라면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장담했다.

이어 “지역 유력 언론이 자잘한 이런 이야기를 기사화하면 품격이 떨어진다”고 지적한 뒤 “나를 음해하려는 일부 사람들이 발언을 녹음한 것 같다”는 생각도 전했다.

A 사무관의 부서장은 “A 사무관의 개인 일탈 행위이지만,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희망원 대책위와 대구시가 합의한 내용은 절대불변이고, 꼭 지킬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물어 다른 부서로 보내려고 해도 여의치 않다”고 덧붙였다.

뒤통수 맞은 희망원 대책위의 의견을 들어봤다.

은재식 공동대표는 “대구시장의 결재를 받아 보건복지국장이 합의서를 작성했는데, 잉크도 마르기 전에 담당 팀장이 합의서를 부정하고 희망원 거주인을 선동한 것은 중징계 감”이라면서 “단순 개인 일탈의 문제가 아니라 희망원 사태 해결의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권영진 시장은 문책해야 할 것”이라고 엄중하게 경고했다. 대구시의 후속 대책을 지켜볼 일이다.

배준수 사회부 차장
조현석 기자 cho@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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