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먹은 꽃잎 몇 장만 남은

절름발이 사내는

충혈된 눈 속에서

쪼그리고 우는 여자를 꺼내놓는다



겹겹의 마음을 허벅지처럼 드러내놓고

여자는 가늘게 흔들린다



노을은 덜컹거리고

방 안까지 적조가 번진다



같이 살자

살다 힘들면 그때 도망가라



남자의 텅 빈 눈 속에서

뚝뚝, 꽃잎이 떨어져내린다




감상) 아무 관심도 없던 그가 불쑥 내 시야 속으로 들어왔다. 눈 밖으로 사라지려는 즈음 나도 모르게 고개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모퉁이를 돌면서 그의 향기가 어떤 것이었더라, 떠올려보려고 했다 가시는 밖으로 향해 있지만 제 안에서 자라나온다. 결국 자기를 깊게 찌르고 나서야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이 가시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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