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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태 전 검찰총장

去時一溪流水送 (거시일계류수송·갈 때는 계곡의 흐르는 물이 전송을 하더니)

來時滿谷白雲迎 (내시만곡백운영·올 때는 골짜기 가득 흰 구름이 맞아 주네)

一身去來本無意 (일신거래본무의·한 몸이 가고 옴에는 본래 뜻이 없는데)

二物無情却有情 (이물무정각유정·물과 구름은 정이 없는 듯하면서도 정이 있구나)

流水出山無戀志 (류수출산무연지·흐르는 물은 산을 나가도 연모하는 마음이 없고)

白雲歸洞亦無心 (백운귀동역무심·흰 구름은 골짜기로 돌아와도 또한 무심하구나)

一身去來如雲水 (일신거래여운수·한 몸이 가고 옴이 구름이나 물과 같으니)

身是重行眼是初 (신시중행안시초·몸은 거듭 다녀도 눈은 처음 보는 것 같네)

고려 백운 경한 스님은 어려서 출가하여 수행하다가 원나라로 가 중국 임제종의 석옥 청공(石屋 淸珙) 화상으로부터 심법을 전해 받고 귀국했다. 간화선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간화선을 뛰어넘고자 하였으며 선과 교를 아우르고자 했다. 선이 저무는 시기에 이러한 그의 노력은 한국 불교의 혜명(慧命)을 잇는 데 크게 기여했다. 뒤에 석옥 화상으로부터 사세송(辭世頌)을 받았는데, 이를 두고 태고(太古)와 백운 중 누가 석옥의 적사 (嫡嗣)냐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그 대답에 앞서 백운이 태고에게 보낸 편지 ‘기태고화상서(寄太古和尙書)’를 소개한다. “우리 두 사람은 모두 석옥 선사의 제자입니다. 같은 스승 아래서 함께 배우고 공부한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남들에게 이 사실을 들려준 적이 있으십니까? 엎드려 바라건대 화상께서는 번거롭더라도 저에게 그 공안에 대하여 하나하나 가르침의 손길을 내려 주십시오 (俱是石屋之子 同參底事作作生 還曾擧似人人伏望和尙 枉與弟子 於公案上 各出隻手….)”

본래 시비가 없는데 후학들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괜히 시비를 만드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스님은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로 인쇄되었다는 ’불조직지심체요절(佛祖直指心體要節)’을 짓기도 했다. 너는 너, 나는 나, 너는 네 멋대로, 나는 나 멋대로. 그래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걸림도 없고, 시비도 없고, 좋고 나쁨도 없다. 함께 있어도 좋고, 헤어져도 좋고, 좋은 것도 없고, 싫은 것도 없다. 불교의 생명 존중 사상이 이런 것이다. 더 나아가 유정, 무정의 구별 또한 무의미하다. 바윗덩어리들도 감명을 받으면 머리를 끄덕인다(頑 石占頭)고 했다. “시냇물 소리가 가장 들어맞게 진실을 얘기하고 산빛 또한 근본을 비슷하게 보여 주는구나(溪聲最親切 山色亦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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