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구박물관(관장 권상열)은 2017년 상반기 특별전시로, ‘깨달음을 찾는 소리, 소리로 찾은 진리’를 오는 23일부터 7월 30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불교문화가 담고 있는 유·무형의 소리를 모으고 그 소리에 담긴 참뜻, 깨달음과 진리의 의미를 느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 ‘울림(響), 소리로 일깨우다’는 사찰의 소리를 모았다.

사찰은 수행과 고행의 공간이다. 사찰 곳곳에는 즐거움을 상징하는 극락세계 천인(天人)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암키와와 전돌, 사리기와 불비상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천상의 소리는 그 자체로 불국토를 장엄한다.

사찰에는 보이는 소리도 있지만 들리는 소리도 있다. 처마 끝 풍경소리, 새벽과 저녁의 범종소리, 그리고 법고·목어·운판의 불전사물(佛殿四物) 소리. 그것은 인간을 넘어, 사바세계를 건너 사람들의 마음을 일깨운다.

2부 ‘말씀(言), 글소리로 깨우치다’는 부처의 말씀을 소개한다.

불당에서는 독경과 염불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나의 입에서 나가는 순간의 소리는 부처의 말씀이자 깨달음의 소리로 퍼져나간다. 염불과 독경은 불보살을 부르고 그 말씀을 외우는 수행법이다.

석가모니 부처의 언어인 산스크리트어로 써진 다라니(眞言)는 그 자체로 부처의 소리이다. 진언은 금강령, 금강저, 바라와 법고 등과 한데 어우러져 탑과 불상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죽은 이의 영혼을 극락왕생으로 이끈다.

만해 한용운, 깨달음을 얻고 지은 시(오도송), 만해기념관
3부 ‘나타남(應), 중생을 깨달음으로 이끌다’는 중생의 소리를 전시한다.

중생은 스스로 어려움에 처하면 ‘나무관세음보살’을 외치지만, 그 불성(佛性)의 깊이는 모두 다르다. 관세음보살은 중생의 근기(根機), 즉 중생의 눈높이에 맞게 자신의 몸을 바꿔 중생을 어려움에서 구하고, 깨달음의 길로 인도한다. 관세음보살이 중생을 구제하고 깨달음으로 인도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한국인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다. 관세음보살이 들어주는 소리, 중생의 소리가 III부에서 펼쳐진다.

마지막 4부 ‘수행(悟), 깨달음을 찾아가다’는 스스로 깨달음을 얻는 구도자의 소리를 담았다.

스스로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진정한 자신을 볼 수 있는 수행이 필수이다. 수행자는 소리가 없는 상태, 즉 침묵과 고요 속에서 나를 만나야 하고, 화두(話頭)의 끈을 잡고 정신을 집중하고 또 집중해야 한다. 그 깨달음의 순간, 오도송(悟道頌)이 터지게 된다. 이런 감정을 담기 위해 이 시대의 선사인 퇴옹(退翁) 스님과 만해(萬海) 스님이 걸은 깨달음의 길을 살펴본다.

앉아있는 관음보살(금동관음보살좌상), 국립중앙박물관
전시품 중에는 계유명전씨아미타삼존불비상(국보 제106호)과 ‘백지묵서묘법연화경 권7(국보 제211호)’등 국가지정문화재 6건이 소개된다. 계유명전씨아미타삼존불비상에는 정면에 불보살이 배치되고 측면에 8인의 천인(天人)이 있다. 천인들은 피리, 생황, 비파 등을 연주하며 서방정토를 소리로 장엄한.

‘지묵서묘법연화경’권7에는 위험에서 중생들이 ‘관세음보살’을 간절히 부르는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진. 이외에도 감은사지 서삼층석탑 사리장엄구(보물 제366호), ‘지금니금강 및 보문발원’보물 제1303호), 그리고 대구 보성선원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복장유물 및 복장전적(보물 제1801호, 제1802호)을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불교의 궁극적인 목표는 깨달음을 얻어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 즉 윤회의 고리를 끊어 부처가 되는 것으로 그 깨달음의 과정은 어렵다. 그러나 우리 삶 속에서 진리와 깨달음의 마음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을지 모른다. 국립대구박물관은 이번 전시가 삶의 묵은 때를 진리의 소리로 씻어내는 시간이자 옛 문화재의 단순한 소리가 아닌 깨달음의 소리로 들리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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