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나무라고 의심했던

검은 나무가 무성해지는 걸 지켜보았다



지켜보는 동안 저녁이 오고



연둣빛 눈들에서 피가 흐르고

어둠에 혀가 잠기고



지워지던 빛이

투명한 칼집들을 그었다



(살아 있으므로)

그 밑동에 손을 뻗었다




감상) 그림자가 무성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낮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모두 고개 내밀고 제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림자의 시간, 나는 내 그림자를 잃지 않으려고 팔을 크게 흔든다. 나보다 작은 것들이 내 그림자에 묻혀 사라지는 것이 가끔은 마음 쓰인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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