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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한 수필가
국민건강의 든든한 파수꾼인 병원이나 약국에 가면 ‘돈을 잃으면 적게 잃고 친구를 잃으면 많게 잃고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다’ 라는 글귀는 가끔 본다. 우리가 삶의 최우선을 건강에 두는 이유이다. 몸이 건강해야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가기에 당연하다.

먹고 살기 위해서 아등바등 피 땀나게 버는 돈은 귀하고 소중하다. 생활에 돈이 없으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 각박한 세상이다. 해마다 봄이 오면 식량이 떨어져 보릿고개를 겪었던 세대는 가난했지만, 깡 보리밥, 토종 된장에 풋고추만 찍어 먹어도 꿀맛으로 힘이 솟는 무공해시대에 살았다.

두레박으로 투명하고 서늘한 우물물을 떠서 들이키면 약수다. 간식으로 물만 먹어도 배가 든든했다. 지금은 물 한잔도 돈이 필요하고 수돗물도 끓여 먹는다. 여름에는 시냇물, 겨울에는 고드름도 먹어도 탈 없던 아득한 그 시절 그립다.

건강에 인생을 다 걸지만 당장 돈도 필요하고 소중하다. 그러나 돈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친구다. 갓난아이부터 죽을 때까지 주위에 보약 같은 친구가 물질적인 돈보다도 가치가 있는 정신적인 돈이 되는 인생의 자산이기에 그렇다.

동네 소꿉친구, 학교에 동기, 동창 친구들이 줄 서 있다. 남자는 군대 가면 군대 친구, 여자는 시집가면 또래 새댁 친구가 생긴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로 혼자 살기란 벅차다. 코드와 박자가 맞는 친구를 찾고 옆에 두며 주고받고 적응하면서 나이에 따라 곱게 익어 가는 멋진 인생을 살려고 한다.

친구라고 모두 다 친구냐? 말썽부리고, 힘들게 하는 원수 같은 친구도 있다 툭하면 ‘돈 빌려 달라’ ‘보증서 달라’보채는 영양가 안 되는 친구 때문에 울 때도 있다. 너무 믿어 친구에게 돈 빌려주고 보증 서주어 주변에 알거지가 되는 악연의 친구도 남의 일이 아니다. 피 한 방울도 안 썩인 친구 보약도 되고 극약도 되기에 살펴보며 공도 들여야 하고 진정성 중요하다. 그리고 조심도 하자.

우정도 맞추려고 노력해야 오래간다. 니뿔내뿔 하면 고독을 씹고 우울증이 와서 삶의 의욕을 잃는다. 코드가 맞으면 나이 신분을 넘어 자연스럽게 친구가 된다. 부부간에도 껌같이 항상 붙어 다니는 부부 친구도 있고, 모녀간 오누이 같은 친구도 있다. 부자간 선 후배 같은 친구, 손주와 할머니 간, 세대를 초월, 눈빛과 동작으로 통하고 고독을 달래는 친구가 있기에 살아간다.

나이가 들수록 소통하며 챙겨주는 잉꼬부부 같은 친구가 보약이다. 잘 살 때나. 못 살 때나, 성할 때나, 아플 때나 붙어있는 친구가 영원한 친구다. 세상 사람들에게 천주교나 기독교도인 들은 형제님, 자매님이라고 부르듯이 흔하고 만만한 호칭이 친구다 ‘자네라고 필링이 오는 허물없는 보약 같은 내 친구’ 잘해주자. 친구야! 부디 오래 살고 같이 가세, 자네는 보약 같은 영원한 내 친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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