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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섭 삼국유사사업본부장
대구의 김광석 거리에서는 방천골목 오페라준비를 위한 연습이 한창이다. 동네 사람들과 출연진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어 ‘칼멘’과 ‘라 트라비아타’를 밤늦게까지 열심히 연습한다. 방천골목, 속칭 김광석 거리에 사는 주민들과 음악인들이 힘을 모아 커피숍이나 전시실 등 실제의 집들을 무대로 하여, 시민 누구에게도 보여주는 축제를 준비하고 있는데, 그동안 마을 사람들은 한가족이 되었고 자신들이 살아가는 골목을 자랑스러워하게 되었다.

5월을 맞아 포항시립예술단은 ‘사랑의 사제동행’이라는 주제로 학교로 찾아가는 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다. 포항시립교향악단은 포항여고와 효자초등학교를 찾아 선생님과 학생, 학부모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선물하여 이들 사이에 감사와 사랑의 정이 우러나게 했다. 포항시립합창단도 세명고등학교를 찾아 캠퍼스음악회를 열려고 한다. 포항문화재단은 시민들이 쉽게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아카데미를 개설한다. 여기서는 가곡, 오페라, 뮤지컬 등의 음악사와 숨은 이야기가 대화식 수업방식으로 재미있게 진행될 전망이다.

모두 고무적인 움직임이다. 다만, 가곡에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가곡과 서양에서 들어온 현대가곡이 있는데, 가곡은 당연히 현대가곡으로 간주되는 점은 아쉽다. 음악은 모든 문화활동 가운데서도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풍속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가장 강한 장르로 인정을 받아왔다. 실제 동양의 성군들은 치국평천하를 음악과 예의라는 두 개의 도구로서 달성하였다. 이른바 예악정치(禮樂政治)다. 요임금은 대장(大章), 순임금은 대소(大韶), 우임금은 대하(大夏), 탕임금은 대호(大濩)라는 악무(樂舞)로서 태평 시대를 열었다, 조선의 세종대왕도 스스로 보태평·정대업·여민락 등의 신곡을 작곡하여 그의 치세를 꽃피웠다. 비록 장중하고 우아한 우리 음악보다 서양음악에 치우친 감이 있지만, 그래도 이들 문화활동에서 고대의 악교(樂敎)를 다시 보는 것 같아 흐뭇하다.

지금 세상이 문란하고 신의와 의리, 서로 간의 공경심이 거의 사라져, 우리나라가 세계 굴지의 ‘행복하지 못한 나라’가 된 것은 정치와 교육의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 가운데서도 음악교육이 부실하다. 공자가 제자를 가르칠 때의 교재는 ‘시서예악(詩書禮樂)’인데, 공자는 물론 제자들 누구나 금(琴)이나 슬(瑟)을 잘 연주할 수 있었다. 절세의 명화, ‘사운드 오브 뮤직’이나 ‘코러스’,‘쇼생크 탈출’ 등은 음악이 힘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알려준다. 예술활동은 메마른 정서를 촉촉이 윤택하게 하여 성격을 개선하고 창의성을 일깨운다. 창의 인성 교육에 가장 필요한 과목이 음악일 수 있다.

국립대구박물관에서 개최하는 ‘깨달음을 찾는 소리, 소리로 찾은 진리’라는 기획은 처마 끝 풍경소리와 새벽의 범종 소리에서 인간의 깊은 내면을 음미해보겠다는 시도로서 그 발상이 놀랍다. 영천에서 선보일 노계 박인로의 가사(歌詞), ‘누항사’의 정신세계를 춤으로 표현하는 연출은, 전통과 현대의 접목으로서 기대된다. 육군3사관학교에서 다문화가족 청소년 90명을 초청해 ‘나라사랑 캠프’를 운영하였다 한다. 다문화 청소년도 당당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살아가라는 용기와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담은 훌륭한 대민서비스로 평가된다. 혼미한 현실, 한국의 미래를 위해 문화의 힘을 많이들 빌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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