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크기를 표시하는 단위를 생각하다가 잠이 들었어
세탁기 소리는 청소기 소리보다 다정하고
재채기 소리는 코 고는 소리보다 우습고
가위질 소리는 물 끓는 소리보다 단정한 것 같아

면목의 고요는 허구야 물고기들이 떼로 트림을 하고
야구장의 함성은 언제나 침묵과 고요의 시간 뒤에 오고
머리카락이 싹둑 잘려나갔지만 아무 것도 반성하지 않았다
희고 딱딱한 귀가 오늘은 파도 소리를 담으러 바다로 간다

(후략)






감상) 소리를 듣는 귀의 힘은 가슴에서 나온다. 그래서 우리는 듣고 싶은 소리는 잘 들을 수 있고 듣고 싶지 않은 소리는 흘릴 줄도 안다. 어쩌다 소리를 못 들었다고 아쉬워할 것 없다. 그것은 그대의 가슴이 그 소리를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는 뜻. 귀는 가슴이 오가는 소리의 통로 누군가가 우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귀보다는 가슴을 쓸어내리는 건 그런 이유.(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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