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첫 번째 정식 재판이 열린 날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는 모습이 생중계되면서 지지 여부와 탄핵 찬반 입장을 모두 떠나 전직 대통령의 이런 모습을 봐야 한다는 현실이 부끄럽지 않을 수 없다. 구속된 지 53일 만이고, 기소된 지 36일 만이다. 전두환·노태우에 이어 세 번째로 법정에 서게 된 전직 대통령이다. 국회의 탄핵소추,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검찰 대면조사, 영장실질심사, 구속, 구치소 압송 수감에 이은 첫 재판이다. 불행한 역사의 한 장면이다

18건의 혐의로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한 검찰은 법정에서 “대통령의 위법행위에 대해 사법절차의 영역에서 심판이 이뤄져 법치주의가 확립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으나 박 전 대통령은 첫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변호인은 주요 증거의 조작 가능성을 계속 주장했다.

첫 재판에는 많은 방청객이 몰려 3시간 동안 진행된 역사적인 재판을 지켜봤다. 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방청객들과 지지자들도 있었다. 법원 앞에는 대구 등 전국에서 모여든 200여 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지지자들은 자유로운 행동이라 할 수 있으나 재판부가 백지상태에서 심리하겠다고 선언한 이상, 이제 차분하게 재판진행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탄핵 정국에서 드러난 국론 분열과 세대 갈등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치유되는 중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진행될 박 전 대통령의 재판 과정을 누구도 정략적으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 자칫 공정한 재판을 의심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에 대해 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박 전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를 촉구했지만 자유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공정한 재판을 촉구했다. 모두 부질없는 짓이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 실패를 보고도 직언을 하지 않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물론이고, 야당으로서 국회 권력에 심취해 세월 가는 줄 모르다가 언론의 보도가 터지자 호들갑을 떤 현 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오십보소백보다.

특히 사법부의 재판에 대해 과도하게 왈가왈부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정신과 법과 정치의 기본 개념에 대한 몰지각으로 볼 수밖에 없다. 탄핵으로 정치의 역할은 끝났고 매진해야 할 것은 현재와 미래의 국정이다.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재판을 해서 형량을 선고하는 것은 법원의 역할이다. 정당과 국회는 불필요한 성명서 따위는 남용하지 말고 재판은 법원에 맡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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