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포항시 남구 지곡동 영일대 연못가에서는 신혼 부부가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셀카봉을 들어 올려 연신 자신들의 모습을 찍고 있었다. 신랑은 산뜻한 정장차림이었지만 넥타이도 매지 않았다. 신부는 하얀 원피스 차림에 머리 위엔 소박한 꽃장식의 티아라를 올렸을 뿐이었다. 얼핏 웨딩사진을 찍는 것으로 보였지만 그들은 결혼식 중이었다. 이날 현장에는 양가의 부모와 친척 등 30여 명이 함께 이들의 결혼을 기념하는 의미로 그들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같이 찍기도 하고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주는 것이었다.

2015년 톱스타 커플 원빈과 이나영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강원도 정선 밀밭에서 극비리에 결혼식을 올려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들처럼 작고 조용한 결혼식을 선택하는 스타가 늘고 있다. 식을 아예 생략하거나, 결혼 사실조차 나중에 알리는 커플도 적지 않다. 배우 성유리는 최근 프로골퍼 안성현과 결혼한 후 하루 뒤에 소식을 알렸다. 배우 윤진서도 지난 4월 제주도 집에서 투피스 드레스에 화관을 쓰고 일반인과 결혼했다. 톱스타 부부인 배우 김태희와 가수 비도 지난 1월 성당에서 조용한 결혼식을 올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성대한 결혼식이 대세였는데 최근 들어선 이러한 스타들의 작은 결혼식 영향을 받아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작고 조용한 결혼식 올리기가 확산 되고 있다. 이처럼 허례허식을 줄이기 위한 스몰웨딩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 ‘일생의 단 한번’이라며 수억 원을 들이는 호화 결혼식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결혼정보 업체 듀오에 따르면 살 집을 포함한 신혼부부의 결혼 비용이 평균 2억6천332만 원이라 한다. 주택 자금 1억8천640만 원을 제외해도 평균 결혼비용이 7천 700만 원이나 된다. 이에 비해 알뜰형 예식 비용은 1천 800만 원 정도라 한다. 지난 주말 지곡에서의 신혼부부처럼 반지 주고받으며 사진 찍고 양가 부모, 친지들과 식사를 같이 하는 정도라면 결혼식 비용이 몇 백만 원이면 되지 않을까. 결혼식이라고 해서 대형 호텔이나 예식장에서 행진곡을 울리고, 근엄한 주례사를 듣고 하는 것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일이다. 젊은이들의 작은 결혼식이 신선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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