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근도근,
이라 쓰고 마음 안에 그 자리를 찾는다
어떤 근육의 실없는 움직임이거나
새벽녘 창가에 머물던 이명 같은 건지도 모른다

성경을 읽다가 내뱉은 마른기침이나
코끝에서 시작되는 일순,
전 생애를 다 바쳐 무릎 꿇게 만들었던
먼 기억의 피 냄새일 수도 있다

파리의 상서로운 내왕이거나
잠의 피륙들을 얄따랗게 허공에 떠
생사에 그릴 수 없는 그림들을
다가올 아침에는 태양빛에 새겨 놓는

꿈속 마녀의 머리카락이라면 또 어떨 것인가
도근도근,
이라 되뇌며 하고 싶은 말과
할 수 없는 말 사이에 느릿느릿 징검돌을 놓는다

(후략)



<감상> 감동이라고는 없는 저녁에, 설렘이라고는 없는 아침에, 막연히 ‘두근두근’이라 한번 해 보자. 아무 기대 없이 바라보는 서쪽하늘에 눈 뗄 수 없는 새한마리 붉게 날고 있을 것이다. 막막히 뜬 첫 눈에 들어오는 천장이 알 수 없는 문을 만들고 신화 속에서나 보았던 화원의 향기를 뿜어내 줄 것이다. ‘두근두근’ 그렇게 ‘도근도근’.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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