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만 시인
“그늘에 깔아놓은 동백꽃 이불

가끔 먹구름 먹먹히 내다보고

갈바람 걸게 치근대도

꽃 진 이부자리마다

옥문(獄門)을 타 넘는 은밀한 숨소리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수면제를 안친 문장이다

조금 전 막차에서 뛰어내린

귀때기 새파란 울음도 멎어 ”

‘사춘(思春)’의 전문이다.

서상만 시인이 흘러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절절히 담아낸 여덟 번째 시집 사춘(思春·책만드는집)을 펴냈다.

이번 시집은 시간의 빠른 속도 때문에 우리가 망각했던 삶의 본령이나 궁극적 의미를 일깨워 주는 목소리로 가득하다.

그가 노래하는 덕목들, 예컨대 낱낱 사물들이 품고 있는 내적 비의(秘義)에 대한 산뜻한 관조, 그것을 자신의 정신적 자세에 비유하는 윤리적 염결성(廉潔性), 현재적 삶과 과거의 기억을 결합하면서 끌어 올리는 시적 형상 등은 그의 시가 이루어가는 커다란 물줄기이자 상상력의 수원(水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가장 견고한 고전적 상상력에서 길어 올리는 서상만 시인의 언어와 생각을 따라가면서, 그가 우리에게 들려주려는 고백과 기억, 고요한 풍경을 통해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삶의 태도에 대해 미더운 관찰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시집에는 제1부 ‘눈물이 妙藥’, 제2부 ‘푸른 印鑑’, 제3부 ‘고요까지 모셔 와’, 제4부 ‘사춘’ 등으로 나누어 79편의 시가 실려 있다.

각 시편 마다 서상만 시인 특유의 짧은 언어, 운율적 언어의 서정성이 돋보이는 이번 시집에 대해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유성호 교수(한양대 국문과)는 “서상만 시인의 이번 시집은 등단으로부터 40년 가까이 흘러온 시간에 대해 그동안 경험하고 기억해온 실감들을 펼쳐놓은 언어적 성취감”이라며 “소리와 뜻의 조화와 균형 이 뜻깊은 실례로 다가오는 좋은 서정 시집”이라고 평했다.

서상만 시인은 경북 포항의 호미곶 구만리에서 출생했다.

1982년 ‘한국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했으며, 자유시집 ‘시간의 사금파리’, ‘그림자를 태우다’, ‘적소(謫所)’, ‘모래알로 울다’, ‘백동나비’, ‘분월포(芬月浦)’, ‘노을 밥상’, ‘사춘(思春)’ 등을 출간했다. 제1회 월간문학상, 최계락문학상, 포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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