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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요즘 문재인 정부가 쏟아내는 각종 정책과 시책들을 보면 마치 역대 정권들에 대해 한풀이를 하려는 듯한 감을 지울 수가 없다.

새 대통령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맨 먼저 국민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여 희망과 꿈을 안겨 주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손에 의해 직접 선출된 대통령이 첫 번째로 해야 할 책무인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15일이 지난 지금까지 국민이 기대감을 가질 정책은 ‘청와대에 일자리 만들기위원회 설치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도밖에는 없는 것 같다. 그 외는 모두 전임 정권들이 행한 각종 정책과 시책들에 대한 감사와 재조사로 일관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비리감사를 비롯해 방산 비리, 자원외교 비리 재조사와 박근혜 정부 때의 세월호 사건 재조사에서부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정윤회 문건 사건 재조사, 우병우 사건 재점검, 전두환 군부 통치 때의 5·18 광주 사태 전면 재조사 등이다.

위의 재조사 사건 가운데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비리, 방산비리, 세월호 사건, 5·18 광주 사태 등은 이미 역대 정권에서부터 1~3차례에 걸쳐 강도 높은 조사가 실시 돼 비리가 드러난 부분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이 이미 법적 책임을 받았다.

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도 현재 당사자들이 재판을 받는 상황인데 판결의 결과를 보지도 않고 재조사에 들어갈 것으로 방침을 정해 놓고 있으며 우병우 사건에 대해서도 미심쩍은 부문에 다시 칼을 들이댈 준비를 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역대 정권의 비리에 대해 ‘적폐 청산’이라는 ‘주홍글씨’를 써 붙여놓고 단두대까지 설치하여 국민에게 비리의 전모를 밝혀 처단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식’대로 표현을 하자면 “이러면 막 가자는 것”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국민은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가슴 깊숙이 숨겨온 한(恨)들에 대해 ‘한풀이’를 할 것 같은 감을 지울 수가 없다.

적폐청산은 당연히 해야 한다. 역대 정권들이 청산하지 못했거나 누적되어 온 비리 등은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 깨끗하게 처리를 하면 다음 정권에서는 ‘적폐’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적폐청산 문제는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 주는 정책 제시보다는 순위가 한참 뒤 쪽이어야 한다. 문제가 있는 부분은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해결을 하면 될 일을 새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적폐청산’부터 외치고 나오니 새 정책에 한껏 기대를 걸고 있던 국민은 이런 문재인 정부에 대해 위축감마저 들고 마치 5·16군사정변 때나 전두환 군부정권 때의 공포정치를 보는 것 같은 감마저 든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당 태종의 정관정요(貞觀政要)를 들먹이지 않아도 정치란 통치자가 국민을 평안하게 하고 희망을 갖게 하는 비전을 제시하여 치자(治者)와 국민이 합심하여 함께 잘 살아 나가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문 대통령도 지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년 추모식에서 “꼭 성공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모든 국민이 문재인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역대 정권의 비극적 종말을 우리는 너무 자주 보아왔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 ‘문재인식 정치’를 펼쳐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도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풀이 정치에서 벗어났다’고들 할 것이다. 과거에 집착하여 분풀이식(?) 수사나 감사가 계속된다면 미래는 어두워지고 문재인 정부도 불행했던 전임 정권처럼 실패한 정부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말과 같이 이제 새 부대에 문재인식 새 정책들을 많이 담아 국민에게 희망을 보여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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