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 장의 죽은 아이 사진에 지구촌은 온통 슬픔에 잠겼다. 터키 해안에서 파도에 밀려 온 한 어린아이의 시신 사진이 전 세계 언론에 일제히 보도됐던 것이다. 바닷가 모래에 얼굴을 파묻고 엎드린 채 죽어 있는 사진이었다. 처참한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에서 터키로 탈출했던 세 살 짜리 아일란 쿠르디가 사진 속의 주인공이었다.

쿠르디는 다시 그리스로 향하다가 바다에서 고무보트가 뒤집히면서 엄마, 형과 함께 죽어갔다. 쿠르디의 사진을 본 사람들은 베트남전에서 폭격을 당해 발가벗은 한 소녀가 화상을 입은 채 거리를 내달리는 사진을 떠올렸다.

지난해에는 무너진 건물 더미에서 구조돼 온 몸이 피범벅에 먼지를 뒤집어 쓴 다섯 살 소년 다그니시의 40초 짜리 동영상이 세계를 또 슬픔과 분노에 빠지게 했다. 이 동영상은 시리아의 격전지 알레포에서 찍은 참상이었다. 이마가 찢기고 얼굴에 피 칠갑을 한 아이는 허공만 쳐다 볼 뿐 비명도 눈물도 터뜨릴 줄 몰랐다. 아이들은 도움을 청할 때 소리 내어 울지만 시리아의 아이가 울지 않는 것은 아무리 울어도 도와주는 손길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 한다.

올 4월 초 또 한 장의 어린이 사진이 지구촌 가족들을 울렸다. 독가스 공격으로 질식해 숨진 9개월 난 쌍둥이 자매가 아버지의 품 속에 안겨 있는 사진이었다. 두 아이를 공동묘지에 묻기 직전 아버지가 쌍둥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아기야, 안녕이라고 말해봐”라며 울먹일 때 찍은 사진이다.

쌍둥이를 가슴에 묻은 아버지는 말했다. “나는 울고 있지만 내 눈물은 기쁨의 눈물이다. 아이들은 이제 신과 함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시리아에서 사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지중해 연안 요충지에 위치해 ‘동방의 진주’라고 불려 졌던 시리아는 6년 간 계속된 참혹한 내전에 의해 피로 물들었다. 하지만 전쟁의 피해는 민간인의 몫이다. 6년간 사망자 32만 명 중 민간인이 9만6천 명, 이 가운데 어린이가 1만7천400명이다. 어린이와 상관없는 어른들 싸움이 어린이에겐 날벼락이다. 시리아를 생각하면 어린이 달 5월이 너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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