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자신을 무시하고 욕하는 동거남이 자던 침대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숨지게 한 50대 여성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황영수 부장판사)는 살인과 현주건조물방화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모(52)씨에게 징역 16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했다고 25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22일 새벽 3시 50분께 자신의 집에서 술에 취해 자신에게 욕설을 하고 잠이 든 동거남 A씨(48)의 침대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고, A씨는 몸이 뜨거워지는 바람에 잠에서 깨 소방관들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11월 8일 전신의 80%에 입은 2~3도 중증화상 때문에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숨을 거뒀다.

2015년 11월부터 A씨와 동거한 이씨는 욕설을 자주 듣고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A씨를 살해할 마음을 먹었으며, 지난해 10월 19일 주유소에서 휘발유 2ℓ를 구매해 자신의 방 뒤편에 보관해 오던 중 택시비를 들고 나오라는 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A씨에게 욕을 듣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만성적인 조현병으로 사고기능 손상과 지적장애에 해당하는 낮은 지능에다 충동 조절에 어려움을 겪어온 그녀는 전 남편의 목을 흉기로 찌르는 범행을 저질렀으며, 전문적 입원치료가 필요한 알코올 중독증 때문에 수차례 말썽을 일으켜 수사기관의 조사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무엇보다 존엄한 가치인 사람의 생명을 침해한 피고인의 범행은 절대 용인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여서 책임에 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한 이후 수사기관에 출석해 자수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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