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비상사태 기간 발생…부상자도 최소 26명

이슬람권 ‘금식 성월’인 라마단을 하루 앞둔 26일(현지시간) 이집트 남부 지역에서 콥트 기독교도 탑승버스를 겨냥한 총격 사건으로 수십 명이 숨지거나 다쳤다고 이집트 국영TV 등 현지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5분께 콥트 기독교도들이 탑승한 버스가 수도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약 220km 떨어진 민야 인근에 있는 성사무엘 수도원으로 향하던 중 무장 괴한으로부터 무차별 총격을 당했다.

이집트 보안 관계자는 “괴한이 도로에서 주행 중인 버스를 강제로 세우고 나서 총격을 마구 가한 뒤 버스 내부에 진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집트 일간 ‘알욤7’은 전투복 차림에 복면을 한 8~10명이 이번 버스 공격에 가담했다고 전했다.

이 공격으로 버스에 타고 있던 26명 이상이 사망하고 최소 26명이 다쳤다고 민야주 의료진이 밝혔다. 시신과 부상자들은 인근 민야국립병원으로 옮겨졌다.

피습 당시 콥트 기독교도들은 버스 2대와 소형트럭 1대로 차량 행렬을 이뤄 이동 중이었다고 이집트 보안 소식통은 말했다.

이날은 이슬람권의 ‘금식 성월’인 라마단이 시작하기 하루 전날로, 최근 몇 년간 라마단 전후로 이슬람국가(IS)와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의 테러가 자주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현재 이집트 군인과 경찰은 현장 주변을 봉쇄한 채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범인들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소수 정파인 콥트 기독교도를 노린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공격이 자주 발생했다.

이집트에서는 지난 4월 알렉산드리아와 나일델타 탄타에 있는 콥트교회를 겨냥한 연쇄 폭탄 공격으로 최소 45명이 숨지고 118명 이상이 다친 바 있다. 당시 IS는 이 공격의 배후를 자처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이 사건 직후 3개월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집트 소수 종파인 콥트 기독교도들은 그간 자신들이 IS를 포함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표적이 됐다고 우려를 표시해 왔다.

콥트교는 인구 대다수가 이슬람 수니파인 이집트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한 기독교 종파다.

이집트 전체 인구 약 9천만 명 중 콥트교도는 700만~1천만 명으로 추산되며, 인구 비율로는 8~11%를 차지한다.

IS 이집트지부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안사르 베이트 알마크디스’의 전신으로 2013년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이 군부에 축출된 후 시나이반도를 거점으로 활동해 왔다.

2014년 IS에 충성을 맹세했으며 이 단체의 지속적인 테러 활동으로 지금까지 이집트 군인과 경찰, 민간인 등 수백 명이 사망했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