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불발에 ‘문자폭탄’ 감정싸움까지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격화하는 조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언한 ‘인사 원칙’에 위배되는 각료 인선이 잇따른 데다 이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을 놓고도 공방의 수위가 거칠어지고 있다.

이 후보자를 비롯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위장전입이 드러나면서 야권은 문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촉구했다.

여당은 이런 요구를 지나친 정치공세라고 일축했다. 소모적 논쟁 탓에 전날로 예정됐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되면서 하루가 아쉬운 새 정부의 각료 인선이 차질을 빚게 됐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27일 구두논평에서 “야당 측은 불필요할 정도로 소모적인 논쟁으로 이번 건을 포장하고 있다”며 “이는 문 대통령이 취임 후 보여준 야당과의 협치·상생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과거 부동산 투기 목적의 위장전입은 국민적 반감이 많았던 게 사실이지만, 이 후보자의 경우는 그렇게 민감하게 대처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야권이 문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한 데 대해 “정치공세”라며 “국민의 호응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후보자 3명의 위장전입은 사실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도덕성의 기준을 낮추자는 게 아니다”며 “인사의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야권은 여당의 이 같은 태도가 이중 잣대라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스스로 원칙을 어긴 위장전입 정권을 만들 셈인가”라며 “민주당은 과거 위장전입 등 각종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던가”라고 반문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도 전날 뉴스와의 통화에서 “자기들은 지난 정권 때 위장전입을 납득할 수 없다고 하더니, 정권을 잡으니 슬그머니 뒤집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내세운 ‘5대 비리’에 해당하는 인사가 속출한 만큼 이에 대한 사과와 입장 표명이 문 대통령의 입을 통해 직접 나와야 이 후보자 인준 협상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게 야권의 입장이다.

국민의당 김유정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이 강조했던 인사 원칙이 무너진 이유를 비서실장을 통해 들어야 하는 상황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TBS 라디오에 나와 “문 대통령의 자승자박”이라고 촌평하면서 “(대통령이) 공약이 잘못됐다고 사과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남 출신 정치인인 이 후보자에 대해선 애초 무난한 인준이 예상됐으나,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기류가 돌변했다.

여기엔 이 후보자를 비롯한 위장전입 사례가 잇따라 드러난 측면이 크지만, 야당 청문위원들에 대한 ‘문자 폭탄’ 세례로 격앙된 감정도 한몫했다는 게 야권 인사들의 전언이다.

한 야당 청문위원은 뉴스와의 통화에서 “욕설과 협박이 섞인 문자메시지를 하루 수백, 수천 건 받는다”며 “문 대통령은 이를 ‘양념’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먹는 우리는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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