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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호 호서대교수·법학박사

문재인 정부의 공정거래위원장과 청와대 정책실장에 재벌타도 투견 김상조 교수와 장하성 교수가 기용되었다. 이들은 참으로 오랫동안 집요할 정도로 재벌 때리기를 해온 공로로 요직을 차지한 인물들이다. 기업의 주식 몇 주를 사들여 소수 주주임을 빌미 삼아 재벌을 비난하는 데 골몰해온 사람들이다. 때만 되면 흘러간 레코드판을 틀 듯이 소수지분을 가진 재벌의 절대권력을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자들이다. 이들은 생리적으로 재벌을 싫어하는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다. 김·장 두 사람의 반재벌론은 견강부회(牽强附會)의 극치다. 그들은 정치 논리를 상법(商法)에 끌고 온 자들이다. 즉, ‘1인 1표’의 선거원리를 기업 경영에도 적용하고 있다. 회사법은 국민의 동등한 주권(主權)이라는 개념을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1주(株) 1표(票)’의 주권(株權)이 적용될 뿐이다. 김·장 두 사람이 교수 시절 20년 넘게 지속해온 재벌 비틀기는 공정거래법 이론과 상법상 회사제도의 근간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이들은 상법상 주주권(株主權)과 현실 정치의 민주주의 원리가 출발부터 다르다는 점을 곡해하고 있다. 어설픈 공정이니 상생이니 하는 논의로 공정거래법상 경쟁제한 행위나 상법의 지배구조와 관련한 각종 규제를 모른 체하며 멀쩡한 기업 때리기에 가세하였다. 기업가는 합리적 이성과 야수적 충동을 바탕으로 험난한 무한경쟁 상황을 돌파해 나간다. 하지만 좌파 이념으로 무장한 이들은 참여연대 등을 재벌타도의 행동대로 이용했다. 이들은 순환출자를 고리로 한 대주주의 과도한 지분보유는 경제력집중 심화 또는 경영성과 독점 등 사익추구가 심화할 것이라고 나팔을 불며 선동질을 일삼았다. 경제권력은 정치권력과 달리 소액주주만 심판하는 게 아니다. 소비자, 종업원, 협력회사, 금융기관,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시시각각 시장에서 평가받는다. 기업의 지배구조는 회사의 정관과 상법에 근거한다. 무모한 황제경영을 했다가 실패할 경우 퇴출당한 기업가들이 한둘이 아니다.

정치인들은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로부터 심판받는다. 기업의 경영자는 시장과 이사회 그리고 주주들로부터 신임을 평가받는다. 이들 주장은 다분히 반자본주의적이고 사회민주주의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철 지난 레코드판을 끄집어 들었다. 국민은 이제 재벌타도 노래를 의무적으로 들어야 할 판이다. 김·장 두 사람의 쥐꼬리 지분론은 지극히 선동적이고 감정적이며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학문적 논리와 이성은 온데간데없이 오로지 재벌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계열사들의 법인소유 지분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이들의 주장은 상법상 법리에도 맞지 않다. 이들의 논리에 따르면 계열회사 지분은 의제(擬制)자본 또는 가공(架空)자본이 된다. 회사법을 새로 만들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단언컨대 상법에 개인들의 주권(主權)을 보장하는 민주주의는 없다. 주식소유에 따른 주주권(株主權)만이 있을 뿐이다. 

재벌의 황제경영과 비민주적 경제력집중이라고 우기는 이들의 주장은 그야말로 곡학아세의 전형이다. 좌파 얼치기 교수의 경제권력 견제론은 외환위기 이후 그들이 확산시킨 주주자본주의의 연장선에 다름 아니다. 그들은 월가(Wall St.)의 주주행동주의를 한국에 도입하면서 소액주주 운동에 의한 재벌개혁의 선봉 역할을 했다. 하지만 한국에 상륙한 미국식 주주자본주의는 그 본질이 변형되어 내부유보 증대와 투자위축 등 부작용을 양산했다. 반면 그들이 비난하는 한국의 대기업 경영방식은 오히려 외국에서는 장점으로 평가하고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김과 장이 한물간 주주자본주의와 편향된 논리에 입각해 우리 경제의 미래와 한국 경제의 재성장에 재를 뿌려서는 안 된다. 이제 두 사람은 교수가 아니라 현실 정책을 책임지는 자리를 맡게 되었다. 한국식 기업경영의 장점을 자꾸 비난만 하지 말고 건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두 사람은 제발 한국 대기업들의 혼신의 노력에 대해 뒷다리를 잡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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