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아름답고 좋은 날이다
작년 이맘때는 실연을 했는데
비 내리는 우체국 계단에서
사랑스런 내 강아지 짜부가
위로해주었지

‘괜찮아 울지 마 죽을 정도는 아니잖아’
짜부는 넘어지지 않고
계단을 잘도 뛰어 내려갔지
나는 골치가 아프고
다리에 힘이 풀려서,

‘짜부야 짜부야
너무 멀리 가지 말라고
엄마가 그랬을 텐데!‘
소리치기도 귀찮아서
하늘이 절로 무너져 내렸으면
하고 바랐지

(후략)




감상) 오월의 신록이 어느 날 베란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왜 왔는지 나는 묻지 않았다. 신록은 나를 지켜보는 듯하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면 얼른 눈길을 돌려버렸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 나는 묻지 않았다. 다만 신록을 생각하면 내 안의 슬픔도 푸르게 환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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