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가 탁주에서 처음 패업을 도모했을 때는 밑천도 없는 빈곤형 창업자였다. 이후 형주에 와서 기반과 근거지를 얻어 먹고 살만한 생계형 창업자로 발전했다. 서촉을 점거한 후 재벌형 창업자가 된 유비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마음이 들떠 있었다.

성도를 포위한 유비는 병사들에게 약속했다. “만약 일이 성사되면 창고 안의 모든 재화에 관여하지 않겠다. 금은보화 등 돈이 되는 것은 마음대로 가져가도 좋다” 성도가 함락되자 유비 병사들은 모두 무기를 버리고 창고로 달려가 다투어 보물을 취했다.

유비의 이 같은 조치로 성도 안팎이 삽시간에 혼란에 빠졌다. 치안이 혼란스러워져 제대로 통제가 안 되고 군대와 백성 사이에 간격을 벌어지게 됐다.

특히 창고의 재물을 병사들이 모두 가져가 유비의 신정부는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했다. 새 정부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충분한 재원이 바닥난 것이다. 그런데도 유비는 승리에 취해 이성을 잃은 사람처럼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도를 훨씬 넘는 명령을 내렸다. 성 안의 좋은 집과 문전옥답을 수하의 제장들에게 상으로 내린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비 수하의 어느 누구도 유비의 비정상을 바로잡으려고 간하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문무를 겸비한 원모심려의 조자룡만은 달랐다.

“한무제가 흉노를 격파한 곽거병 장군에게 호화 저택을 하사했지만 ‘흉노를 아직 완전히 진압 못해 집이 쓸모없다’며 곽거병이 거절했습니다. 지금 우리의 처지도 흉노를 완전히 진압 못한 그 때의 상황과 같습니다. 천하가 모두 평정될 때를 기다리고 평정되면 각자가 고향으로 돌아가 본래의 땅에서 농사짓는 것이 마땅합니다. 성도의 백성들은 처음 전란을 겪었습니다. 땅과 집을 모두 돌려주어 생업에 복귀하도록 해야 합니다”

먼저 백성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내정을 안정시킨 후 천하를 취해야 한다는 조자룡의 충언을 유비는 받아들였다. 문재인 정부의 승패는 내정 안정에 달려 있다. 파헤치기 정치는 갈등을 양산할 뿐이다. 조자룡의 교훈을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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