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한 농촌 다방 여종업원 A씨는 일반 다방 종업원과는 사뭇 달랐다. 주된 업무는 한잔에 2천 원 하는 커피 배달이 아니라 모텔과 노래방, 소주방 등지에서 성매매하는 것이었다.

결근하면 25만 원의 결근비를 내야 하고, 30분 이상 지각하면 시간당 2천 원을 자신의 수입에서 제하거나 선불금 빚에 더했다. 아침 8시부터 자정까지 일해서 번 돈을 업주와 절반으로 나눠 가졌다.

A씨는 일명 ‘티켓다방’ 종업원이었다.

티켓 배달을 나갈 때 티켓영업으로 받은 시간당 2만 원을 업주에게 입금해야 했다. 단순하게 차 배달만 해서 얻는 수입으로는 쌓여만 가는 선불금을 갚기가 어려웠고, 건강이 좋지 않은데도 선불금을 갚기 위해 성매매를 끊지 못했다.

그러던 중 A씨는 2014년 6월 7일 550만 원을 빌리는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업주가 A씨에게 성매매를 시킬 목적으로 제공한 선불금이었다.

이후 업주는 A씨에게 티켓영업으로 성매매해서 채무를 갚을 것을 요구했고, 견디다 못한 A씨는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계약은 민법 제103조 및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위반하는 무효이고, 업주가 그 계약에 따라 지급한 550만 원은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해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업주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업주가 A씨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다거나 권유, 유인, 알선할 목적으로 선불금을 제공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대구지법 제3민사부(허용구 부장판사)는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업주는 “A씨의 부탁으로 돈을 빌려줬을 뿐이고, 성매매 등 불법영업을 시킬 목적이 없었기 때문에 A씨가 선불금 550만 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선불금 채무와 여러 명목의 경제적 부담이 더해지는 불리한 고용조건 탓에 성매매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고, 업주는 이를 알았을 뿐만 아니라 유인하고 조장하는 위치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면서 “원고가 제출한 녹취록 등을 종합하면 업주가 성매매를 시켰다는 주장 모두 허위로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의 선불금은 성매매 행위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무효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농촌 지역에서는 성매매를 목적으로 하는 티켓영업이 아직도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이를 근절해야 할 필요성도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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