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인협회, 건축사 동행 전국 문학관 탐방 성료

최명희 문학관 작가 집필실 재현
대구문인협회는 지난 20일 전국 문학관 탐방을 위해 국내 문학기행을 떠났다.

전주 최명희 문학관·전북문학관·군산 채만식 문학관으로 떠나는 1코스에는 문무학 전 대구문화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반짇고리 문학회원 등 문학 장르별 다양한 문학인들이 참여했다.

전국 문학관 탐방은 대구의 문학관이 더부살이 형태라 문인들이 전국의 문학관을 둘러보고 당국에 정책을 건의한다는 뜻 있는 행사다.

탐방에는 대구예총 건축사협회의 협조를 받아 건축사가 동행해 건축학적인 면에서 비교 고찰하여 장단점을 살피도록 했다.

이는 문인들이 전국의 문학관을 둘러보고 대구에 적합한 문학관을 설립하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의도이다.

건축사의 사전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문학관은 50여 개소가 있고 그중 경상도에 17개가 있는데 기념관 위주로 도서관 강당 체험관 정도이다.

전국의 문학관 중 가장 많은 것이 생가형으로 생가 또는 인근에 세워져 있고 최명희 문학관도 그런 예이다.

작품형 문학관은 작품의 현장에 세운 문학관으로 남원에 세운 혼불문학관이 최명희 소설 현장이다. 집필형 문학관은 주로 지자체에서 작품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세운 문학관이다.

그 외에도 문학 장르나 개인 문학관을 기타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날 문무학 전 이사장은 “대구에 문학관 하나 없는데 아무도 걱정하지 않아 대구문협 회장 시절에 세미나를 열며 주장했었고 이사장일 때 대구문학관을 향촌문화관과 함께 개원하고 욕도 많이 들었다”며 지난해의 국립문학관 유치의 무산을 아쉬워했다.

1년 전 대구는 국립한국문학관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국립한국문학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모를 통해 2019년까지 국비 450억 원을 들여 1만5천여㎡의 부지에 전체면적 1만㎡ 규모로 2020년 하반기 개관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지역 문인·예술·시민이 세미나·대담·토론을 통해 대구 유치운동에 참여했고, 국립한국문학관 대구유치위원회를 결성해 100만 명 서명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대구는 한국문학의 발원지이자 중심지이지만 국립문화시설이 대구국립박물관뿐이어서 국가균형발전 및 문화균형 면에서 낙후돼 있다.

대구시는 접근성과 다른 지역 문인들과의 관계성 등 한국문학 산실이 들어설 최적의 도시라며, 두류정수장 부지를 입지 후보지로 유치신청서를 제출했다.

근현대문학의 요람인 대구는 일제 침략기에는 상화·육사·빙허 현진건 등 항일저항문학의 산실이었고 우리나라 최초의 시비가 서고 6·25전쟁 때에는 피란 문인들과 전선 문학을 꽃피웠던 곳이다.

국립한국문학관이 들어서면 출판산업지원센터, 대구예술의 전당과 창작 예술인촌, 대구문화예술회관 등을 벨트로 문화산업기지가 기대되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당시 정부는 전국 24개 지자체가 유치 신청을 하자 경쟁이 과열돼 반발과 불복 등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된다며 무기 연기해 버렸다.

탐방단이 전주 최명희 문학관에 도착하니 돌덩이에 맥고자를 씌워 ‘혼불 최명희’라고 적어 두어 인상 깊다.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최명희 문학관은 독락재를 전시실로 쓰고 입구 행랑채에 사무실이 있다.

생가형이고 단독형이며 작가 중심형 문학관으로 2006년 전주시에서 건립해 혼불기념사업회에 위탁 운영 중인데 완산구 최명희길 29이니 도로명에서도 기리고 있다.

혼불 시민 낭독회 장면. 신후식 시민기자
문학관 앞마당에선 2017 혼불 속 문장 나눔이 매주 토요일 연극인 4명이 출연해 낭독하고 만민 낭독도 진행되고 있었다.

작가는 전주에서 태어나고 자라 전북애향대상을 받고 ‘아름다운 세상 잘살고 간다’고 유언 할 만큼 전주를 사랑했다.

전서로 판각된 독락재(獨樂齋)에 들어서니 전시실이다. 원고지, 엽서, 편지는 당연하지만 수공(手工)의 작가였던 선생께서 사용한 ‘문방5우’라며 칼, 가위, 만년필, 자, 철끈이 전시장 안에 진열돼 묘한 느낌이 들었다.

집필한 작품 목록에는 소설 이외에도 수필, 꽁트, 시도 있고 친구에게 쓴 친필편지며 이력서도 있다.

최명희 작품 수록도서, 혼불문학제 자료집, 연구논문, 사진 자료, 최명희 관련 도서, 집필원고지로 삶을 부각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 이정웅 수필가에게 ‘대구수목원’이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대구수목원은 이 수필가가 공직에 재직할 때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우리나라 최초로 쓰레기 매립장에 조성해 개원한 곳으로 직접 사진까지 찍어가며 펴낸 책이다. ‘하나의 작은 일도 전 우주가 동원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치열한 도전과 설득의 결과물이다.

국립한국문학관 대구유치 활동도 이런 것이 필요하다.

(이 기사는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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