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여섯시 오십분에 시작해서
오전 여섯시 오십일분에 마친다
백 년째 반복하고 있다

오전 아홉시 오십분에 핫초코 한 잔
오후 두시 십오분에 핫초코 두 잔
오후 여섯 시 삼십분에 핫초코 석잔
백 년째 나는 나를 재활용하고 있다

백 년에서 백일 년으로 나는 소실되고 있다

나는 나를 흉내내고 있다
나는 내게서 낳은 것이다
최초의 나로부터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감상) 내가 집중할 수 없는 날에는 산만한 나무가 온다. 내가 우울한 날에는 어두운 꽃이 온다 내가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날에는 길고 먼 길이 끝없이 온다. 내가 즐거운 날에는 노래 부르는 아스팔트가 온다 세상은 나를 따라 운다. 웃는다. 아니면 내가 세상을 따라 우울?(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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