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학살 등 끔찍한 비극의 현장이 다크투어(Dark Tour) 명소가 된 예가 여럿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약 400만 명이 학살당했던 폴란드에 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미국대폭발테러사건(9·11테러)이 발생했던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부지인 그라운드 제로, 원자폭탄 피해 유적지인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관, 약 200만 명의 양민이 학살된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유적지 등이 대표적이다.

인류의 아픈 역사의 현장이나 재난의 현장을 돌아보면서 슬픔을 공유하고 교훈을 얻는 여행을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 ’블랙 투어리즘(Black Tourism)‘ 또는 ’그리프 투어리즘(Grief Tourism)‘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부터 다크 투어리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막대한 국비 지원을 받아 추진한 영덕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공원’도 대표적인 사업의 하나다.

장사상륙작전은 6·25전쟁의 격전과 비극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한다. 작전 당시 유격대 772명 중 600명이 학도병이었다. 이들은 불과 보름 동안의 훈련을 받고 투입돼 139명이 장렬하게 산화했다. 이 작전은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낙동강 전선의 상황을 유리하게 바꾸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경북도와 영덕군은 장사 상륙작전 전승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전 당시 투입한 상륙함(LST) 문산호를 실물 모형으로 만들어 안에다 당시 상황을 소개하는 내용물을 채우기로 하고 지난 2012년 12월 공사에 들어갔다. 2년 반 정도의 기간 동안 공사 끝에 2015년 5월 선체를 장사해안에 설치했다. 길이 90m, 높이 26m, 폭 30m의 2천t급 문산호 모형을 복원하는 데는 국비 140억 원과 도비 77억 원, 군비 107억 원 등 모두 324억 원이라는 거금이 투입됐다.

이처럼 엄청난 돈이 투입 됐지만 모형배의 안전 결함 문제로 영덕군과 시공사 간 소송전이 이어져 복원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올해 호국보훈의 달에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호국기념사업에 지나친 상업주의가 끼어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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