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 바리스타 근무하는 ‘착한 커피’

“다른 학교 학생들은 캠퍼스에 다국적 기업의 유명 커피숍이 있다고 자랑하지만, 저희에게는 ‘카페이음’이 있어요.”

대구대(총장 홍덕률) 캠퍼스에 결혼이주여성이 바리스타로 일하는 ‘카페이음(Cafe-Eum)’이 ‘착한 커피’로 대학생들이 붐빈다. 이곳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은 2천300원.

해외 및 대기업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 가격의 절반 가격이다. 하지만 이곳의 장점은 착한 가격만이 아니라 이곳에서는 커피 향보다 더 진한 사람의 향기가 전해지고 있다.

지난 1일 낮 점심식사 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려는 학생들이 카페이음으로 몰려들었다.

이곳에서는 베트남과 중국, 일본에서 각각 한국으로 시집온 하티사우(30), 천리화(41), 우메자와 미키(50) 씨가 손님을 맞았다. 국적도 다르고 3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도 다르지만 하는 일에 있어서는 손발이 척척 맞았다.

적게는 7년부터 많게는 20년이 넘은 한국 생활 덕분에 한국어로 주문받는 것은 이들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순식간에 손님이 몰려와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톱니바퀴 돌 듯 각자 맡은 역할을 하며 밀린 주문을 빠르게 소화했다.

이곳의 맏언니인 우메자와 미키 씨는 1996년 한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 후 한국에 정착, 대학생 2명과 중학생 1명 등 세 자녀를 둔 엄마다.

한국 생활은 가장 오래됐지만 아이들을 키우며 틈틈이 통번역 일을 하다 2015년에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지난해부터 합류해 이곳에서는 가장 막내다.

그는 “앉아서 하는 통번역 일보다 바쁘게 몸을 움직이며 하는 일이 체질에 맞아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8년 전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하티사우 씨는 “출근 시간이 10시라 애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올 수 있고 끝나는 시간도 일정한 것이 장점이다. 애들 방학 때는 대학도 방학이어서 돌아가면서 쉴 수 있어 아이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도 많다”고 말했다.

대구대 ‘카페이음’은 삼성이 다문화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사회적기업 (사)글로벌투게더경산이 결혼이주여성을 채용해 운영하는 커피숍으로 수익금은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교육과 다문화가정 화합 프로그램 운영 등을 위해 쓰인다.

대학 캠퍼스에 ‘카페이음’이 문을 연 곳은 대구대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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