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제나라 군주는 붉은색 옷을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조정의 관료는 물론 백성들 까지도 붉은 옷을 입는 것이 유행이었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 붉은 옷이 백성들의 근검절약 정신을 좀먹게 했다. 제나라 왕은 백성들에게 붉은 옷을 못 입게 하고 위반하면 엄벌에 처한다는 붉은 옷 착용 금지령을 내렸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 붉은 색 옷 유행이 줄어들지 않았다. 왕은 재상 안영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나?” 물었다.

“군주께서 붉은색 옷 입기를 좋아하면 아랫 사람들은 당연히 모방하게 될 것입니다. 어떻게 그것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군주께서 붉은 색 옷을 입지 않고 그런 사람을 미워하면 붉은 색 옷 착용은 저절로 줄어들 것입니다”

안영의 말을 받아들인 군주는 붉은 색 옷을 내던지고 소박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조회에 나가 신하들에게 붉은 옷을 싫어한다고 선언했다. 한 달이 지나자 붉은 옷 유행이 사그라들었다. 근검절약의 기풍도 되살아났다.

전국시대 조나라의 군복은 소매가 길고 길이가 무릎까지 내려와 전투하기에 매우 거추장스러웠다. 이 때문에 소매가 짧고 몸에 딱 맞는 옷을 입고 말 위에서 활을 자유자재로 쏘는 흉노족과의 싸움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부국강병을 추진하던 조나라 무령왕은 군사개혁을 단행하면서 편리하고 실용적인 오랑캐 복장으로 바꾸도록 하는 ‘호복기사(胡服騎射)’ 법령을 선포했다. “오랑캐 옷을 입는 것은 문화국 예의에 어긋난다”며 신하들 반발이 거셌다. ‘호복기사’는 정국을 뒤흔드는 논쟁거리가 됐다. 무령왕은 자신부터 스스로 호복을 입기로 결단을 내렸다. 여러 세력들의 반대를 극복, 복식개혁을 성공시켜 강력한 기마군으로 흉노를 제압할 수 있었다.

관리학에 ‘우두머리 양의 효과’라는 것이 있다. 양 떼가 우두머리 양의 행위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하는 것처럼 조직 구성원도 리더의 행위에 근거해 자신의 행위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깜깜이 예산’인 특수활동비를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의 ‘우두머리 양의 효과’로 근검절약의 기풍이 확산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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