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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병일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나라는 역사상 침략을 당하지 않은 기억이 많지 않을 정도로 항상 전쟁 중에 있었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6·25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 상태에 있는 전쟁 중 국가이다. 우리나라는 어떤 때는 제대로 준비를 해서 수나라를 무찌른 기억도 있지만, 대부분 임진왜란이나 6·25전쟁처럼 평시에 전쟁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많은 국민이 희생자가 된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만 아직도 우리나라가 건재하고,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면적이나 인구대비로 보아 가장 강력한 국가 중의 하나가 된 것은 바로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면서도 조국을 위해서 싸운 위국 용사들 덕분이다.

오늘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을 기리는 현충일이다. 우리나라가 현충일을 만든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그것도 6·25전쟁을 통해서 생겨났다고 한다. 1956년 4월에 6·25 전쟁 전사자를 기념하기 위해서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건(대통령령)과 현충기념일에 관한 건(국방부령)을 제정하여 6월 6일을 현충기념일이라고 하였지만, 현충일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1975년 1월에 이르러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면서 현충일로 개칭되었다. 1982년 5월에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을 통해서 현충일을 정부기념일로 확정하여 지금까지 기리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1945년 8월 15일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후 1948년 7월 17일에 겨우 나라의 틀을 만들려고 노력하던 중 정부조직을 제대로 갖추지도 못한 채 1950년 6월 25일 북한 공산군의 남침으로 3년 동안 전쟁을 하면서 40만 명 이상의 국군이 전사하고 수백만 명의 시민이 죽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전쟁 당시 공산군에게 칠곡 유학산, 가산산성과 영천까지 밀리면서 풍전등화 속에 빠졌던 나라를 지금과 같은 부강한 나라를 만든 것은 오로지 조국과 민족을 위해서 싸운 국군장병들 때문이다. 돌이켜 보건대, 1953년 7월 휴전된 이후 3년이 흐른 1956년에 와서야 겨우 정신을 차려 전몰장병의 명복을 빌고자 현충일을 기념하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현충일에는 조기를 달고 오전 10시에 1분간 사이렌 소리에 맞춰 묵념하는 것은 모든 국민이 해야 할 당연한 의무이다.

그러나 정부는 시민들이 조기를 달고 묵념하도록 독려하는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먼저 현충일을 기념하면서 6·25 전쟁에 종군한 분들을 위한 대우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참전유공자 예우 및 단체 설립에 관한 법 제6조에 따른 참전 명예수당 22만 원의 지급과 10∼60%의 보훈병원 의료비 감면 등의 지원은 대폭 인상하거나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별 조례로 지급되는 참전 명예수당은 5만 원부터 10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다음으로 6·25전쟁 당시 전사한 호국용사들의 유해발굴사업도 하루빨리 진행하여야 한다. 전쟁이 발발한 지 벌써 67년이 지난 만큼 우리도 미국처럼 되도록 빨리 유해를 발굴하여 그 유족의 품에 안겨야 한다. 미국은 유해발굴사업을 하던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합동사령부(JPAC)가 2015년 1월 30일에 해산되고 국방부 직속기관으로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DPAA)이 2015년 1월 15일에 창설되어 과거 전 세계에서 일어난 전쟁 도중에 실종되거나 포로로 된 미군 병사를 찾는 것을 주업무로 하고 있다고 한다. 그 부대의 임무 중에는 유해발굴사업도 있다. DPAA의 2016년 예산은 1억1천200만 달러이고, 구성원은 500명이라고 한다. 과거 JPAC 부대의 모토는 ‘You Are Not Forgotten(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이며, 부대 휘장에는 ‘Until They Are Home(그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2000년부터 시작된 유해발굴 시업이 이제 6·25 전사자 유해의 발굴 등에 관한 법률의 제정으로 법적인 뒷받침을 받는 국가적인 사업이 되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MAKRI)이 ‘그들을 조국의 품으로’라는 부대훈으로 하고 있는 것처럼, 하루빨리 호국 전사들의 유해를 유족에게 전해 드려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정부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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