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는 내 존재를 던지는 작업, 감성이 이끄는 대로 따라간다. 마치 자연인처럼~

대구연극제 화백
그림보다 존재가 아름답게 느껴지도록 표현하는 화가. 쉼 없는 깨어짐을 통해 미(美)를 추구하는 미술가. 자신의 존재와 행위 심지어 작은 몸짓까지도 자유로움에서 나온다며 늘 자연인을 꿈꾸는 예술가. 그림은 보이는 대로가 아닌 느끼는 대로 그려야 한다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회화 작가. 현대 미술의 거장.

이 모두가 이성근 화백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 2일 달서구 코오롱 야외음악당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규모의 연극 축제 ‘제2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관중을 사로잡는 (미술) 퍼포먼스로 박수갈채를 받은 이성근 화백을 만났다.

그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자연인 그 자체였다.

편안하고 수수한 옷차림에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웃음, 허물없는 행동까지 세파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 그 자체였다.

이성근 화백은 이번 대구 방문과 관련, “20여 년간 100여 회가 넘는 무대에 섯지만 이번 축제 참여 역시 그저 환경이 이끄는 대로 따랐을 뿐”이라며 “(퍼포먼스)행위는 내 안의 내가 이끄는 대로 자연스레 따른 것이며 그런 나의 행동이 대중과 같이 호흡할 수 있다는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자신을 지칭하는 여러 가지 표현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호칭은 미술가로 불리는 것”이라며 “그림은 존재의 소산이다. 인위적인 아름다움보다는 느끼는 대로 그리며 내 안에 숨어 있는 예술혼을 표현하고 있다”고 자신의 작품세계를 피력했다.

이어 “늘 진정한 미(美)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지만 결국 자연에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으며 “바람에 흔들리는 솔잎 하나, 어린 아기들의 자연스러움처럼 보이는 대로가 아닌 느끼는 대로 저지르는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 화백은 자신의 작품(느낌)이 완숙경지에 왔다는 평가에 대해 “아니다. 예술가는 늘 젊은 세대를 이끌어 가야 하고 신세대의 존경을 받아야 한다”며 “적어도 200년 뒤에 평가를 받고 싶다”고 자신을 낮췄다.

또, 행위예술(퍼포먼스)을 하게 된 동기에 대해 “예전 세 가지 소원 중 첫 번째가 화가다운 화가가 되고 싶었고 두 번째는 예술가가 되는 것이었다”며 “화가는 예술을 표현하는 데 손만을 사용한다는 한계가 있지만, 예술가는 손의 한계를 넘어 존재로 표현할 수 있어 자신의 존재를 던지는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해 퍼포먼스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금은 시간이 흘러 미술가(美術家)가 되고 싶은데 이는 미(美)란 무엇인가에 대해 술(術)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며 “화가, 예술가, 미술가 모두 같은 말이지만 의미가 다르다. 내 그림을 아름답게 하려는 것보다 내가 먼저 아름다워지면 존재의 소산인 작품은 자연스럽게 아름다워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꿈을 꿔야 꿈 같은 예술(작품)이 나온다. 자연스레 발생하는 꿈을 간직하고 표현해 내 세계를 대중들과 같이 호흡하고 싶다”며 “예술가는 손의 표현 한계를 뛰어넘어 내 언어와 몸짓, 내 존재 자체를 표현하는 것이다. 좋은 무대에서 다양한 퍼포먼스로 나를 던지는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연극제 화백
◇이성근 화백은?

현대 미술의 거장 이성근 화백의 작품은 형식과 룰,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저 보이는 대로 편안함과 기쁨 그리고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또, 전통적 경계를 넘어 눈에 보이는 것을 서정적 방식을 통해 새롭게 펼쳐 나간다.

일상의 경험에서 얻은 생기있고 여유 있는 장면들을 화폭 위에 들어내 시각적 에너지로 물들게 하고 우리 주위에서 보고 느끼는 평가에 대해서도 강한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는 다조로운 듯 하면서도 함축미가 있고 소재의 경제를 뛰어넘으며 대범한 구도에다 오브제의 조화로운 버무림을 통해 보다 새롭고 차원 높은 예술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강렬한 붓 터치와 색채가 표현하는 은근함과 강함이 어우러져 세파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귀하고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언제 어디서나 내 안에 내재한 또 하나의 내 모습을 표현하고 싶다”는 이 화백은 “나에게 꿈이 있다면 내 안의 감성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며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며 죽는 날까지 나를 완성하고 싶다”고 소원을 밝혔다.

이성근 화백은 10대 초반 근대 미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당(以堂) 김은호 선생을 사사했다.

한국 풍속화를 새로운 경지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이당 선생의 제자들은 현대의 지폐나 동전의 초상화를 그린 손꼽히는 화가들이었으니 만원 지폐의 세종대왕 초상을 그린 운보 김기창을 비롯하여 현초 이유태, 월전 장우성, 일랑 이종상 등이 그들이다.

이성근 화백 역시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평가받으며 건국대학교 대학원 초빙교수와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또한, 미국,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세계 곳곳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청와대, UN 본부, 영국왕실, 미국 국방성, 필리핀 대통령궁, 뉴욕 한국총영사관 등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성근(李性根)경력

△서울 生

△제6회 이당 미술상 수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장 역임 △건국대학교 대학원 초빙교수 △개인전 △1989 파인힐 아트갤러리 초대 개인전(미국) △1990 카스텔 박물관 소전시실(독일) △1990 마인즈 핀덴소야 갤러리 초대 개인전(독일)

△1991 빈 로이쉬 갤러리 초대 개인전(오스트리아) △1991 파리 베가 마테 갤러리 초대 개인전(프랑스) △1991 파리 문화센타 초대 개인전 (프랑스) △1999 워싱턴 다다모힐 갤러리 초대 개인전(미국)

△2003 포스코 미술관 초대 개인전 (서울) △2007 뉴욕 펄 스트리트 갤러리 초대 개인전(미국) △2013 호감 갤러리 개관 개관 초대 개인전(서울)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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