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권 청와대 경제수석 조동원이 지난 2013년 비과세 감면 축소를 골자로 하는 세법개정안에 대해 “올해 세법개정안의 정신은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내는 식으로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프랑스 루이 14세 시절 상인 가정에서 태어나 우연히 정계에 입문, 재상의 자리에까지 오른 정치가 콜베르의 “과세의 기술은 가능한 한 아무런 잡음 없이 필요로 하는 최대량의 깃털을 거위에게서 뜯어내는 데 있다”고 한 말을 인용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가 납세자를 깃털 뽑히는 거위로 비유했으니 일면 일리 있는 말이라 해도 국민이 듣기에 거북했던 것이다. ‘세금은 정치다’라는 말이 있듯이 세금 문제는 국민 감정에 민감하게 작용한다. 그만큼 정치적 파장이 크다는 얘기다.

잘 믿어지지 않겠지만 영국에서는 한 때 집의 창문이 몇 개 인가에 따라 세금을 매겼다. 창문의 개수가 많으면 집의 크기도 비례해서 클 뿐 아니라 추운 겨울을 날 수 있는 땔감이 넉넉할 정도로 부유하다는 데 과세원칙을 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집집 마다 창을 메우게 돼서 과세에 실패했다. 덴마크에서는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포화지방산을 과다 포함하고 있는 식품에 세금을 부과했다. 이 때문에 관련 식품 가격이 올라갔다. 이렇게 되자 덴마크 국민은 식품 섭취를 줄이기는커녕 독일의 싼 제품을 구매했다. 결국 이 세금은 철폐됐다. 이렇듯 성공적 과세의 기술은 세제와 세정에 국민의 심리, 행태에 대한 섬세한 예측이 있어야 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예정대로 내년부터 종교인 과세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종교인 과세는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도록 결정된 사항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는 이 제도의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국세청과 함께 종교단체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는 등 준비를 하겠다”고 했다. 종교인 과세는 2012년 2월 박재완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과세 방침을 밝혔지만 종교계의 반발로 번번이 시행이 무산됐다. 2015년 12월 법제화 했지만 정기국회에서 시행을 2년 유예해 내년에 도입될 예정이다. 소리 없이 깃털을 뽑을 수 있을지, 이번에도 흐지부지 되지 않을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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