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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룡 DGB 금융지주 부사장
‘회색 코뿔소’가 거대한 모습으로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습니다.

코뿔소는 몸길이 3~5m, 어깨높이 1.5~3m, 몸무게 1.5~3.5t으로 육상 동물 중에 코끼리 다음으로 몸집이 큰 동물입니다. 그 모습을 보고 무소와 같다고 하며 한자로는 서(犀)입니다. 코뿔소는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섬, 자바 섬, 보르네오 섬과 인도,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등에 서식합니다. 그러나 흰 코뿔소, 검은 코뿔소, 수마트라 코뿔소, 자바 코뿔소, 인도 코뿔소 등 5종류 모두가 멸종위기에 놓여있습니다. 평생 자란다는 코뿔소의 뿔을 먹으면 코뿔소처럼 건강하고 힘이 세진다는 통념 때문에 밀렵꾼들의 표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한편, 코뿔소는 코끼리나 하마보다 얌전하며 시력도 단지 눈앞만 볼 수 있을 정도로 낮습니다. 그러나 극도로 발달한 후각 덕분에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고 판단하면 시속 45km가 넘는 속도로 위험 대상을 향해 사정없이 돌진해 자신의 눈앞에 있으면 맹렬히 공격합니다.

최근 이 ‘회색 코뿔소’가 이런 위험을 뜻하는 개념으로 회자하고 있습니다. 2013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 처음 회색 코뿔소를 언급한 미셀 부커 (Michele Wucker)는 세계적인 싱크탱크인 세계정책연구소를 설립하였으며 시카고국제문제협회 책임자이자 뉴욕타임스, CNN,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의 저널리스트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회색 코뿔소는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하고 이것이 미칠 영향이 엄청난 위험’으로, 그것을 무시하거나 제대로 인식하지 않으면 큰 화를 입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회색 코뿔소’라는 새로운 개념을 두고 단순히 21세기의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전략가 세스 고딘(Seth Godin)의 베스트 셀러인 ‘보랏빛 소’의 패러디라는 주장도 있지만, 엄연히 마케팅과는 별개의 분야입니다. 회색 코뿔소의 사례로 우주선 첼린저호,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들 수 있습니다. 첼린저호가 발사 2분 만에 폭발한 것은 로켓 부스터의 이음새를 메워주는 고무링이 추운 날씨 탓에 얼어버려 차폐 유지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며, 이 문제를 예상하여 NASA에 수차례 건의를 했음에도 무시되었기 때문입니다. 또 리먼 브러더스 사태 역시 지나치게 증가하는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자산시장의 버블 등 위험에 대한 경고가 지속해서 이루어졌으나 이를 주목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그런데 현시대의 ‘회색 코뿔소’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의 융합으로 이루어져, 엄청난 변화를 경고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을 들 수 있습니다. 또 물 부족 현상에 대해서, 세계은행이 후원하는 2030수자원 그룹이 ‘수자원의 미래’라는 보고서에는 ‘2030년이면 세계의 40% 이상이 물 부족으로 시달린다.’고 발표했으며 공기 문제에 대해서 역시, 세계기상기구 보고에서 ‘공기 중 이산화탄소는 산업혁명 이전 수준의 142%에 달했고, 메탄 농도는 253% 증가했다.’고 발표되었습니다. 또 ‘리더에게는 위기를 인지하고 대응하는 기민함,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 그리고 남다른 신념이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세계를 울리고 웃긴 희극인 찰리 채플린 (Chalie Chaplin)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는 말을 남겼지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불타는 집인 화택(火宅)이고 우리네 인생은 고통의 바다인 고해(苦海)이며 앞에 놓인 길에 안개가 자욱하니 지혜를 모으며 조심조심해야겠습니다. 하루의 새벽은 다시 오지 않으니 후회가 없도록….

힘차게 시작한 2017년의 절반을 마무리할 6월에 우리 주변에 숨어 있을 ‘회색 코뿔소’를 살펴보고 미리미리 준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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