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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구 자갈마당 무료급식소 운영 첫 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손님맞이…업주·종사자 "진정성 알려 갈 것"

배준수 기자, 정일훈 수습기자 baepro@kyongbuk.com 등록일 2017년06월07일 20시57분  
7일 오전 대구 중구 도원동 속칭 ‘자갈마당’ 에서 일하는 여성종사자들이 마련한 무료급식소에서 노인들에게 손수 만든 점심 식사를 나눠주고 있다. 정일훈 수습기자 lhun@kyongbuk.com
“목표했던 100명 이상 모시지 못했지만, 이곳도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려 흐뭇합니다.”

대구 중구 도원동 성매매 집결지인 속칭 ‘자갈마당’ 업주와 여성종사자들은 7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오렌지’라 이름 붙인 무료급식소를 처음으로 운영했는데, 정원철 도원동 무의탁여성보호협의회 회장이 뿌듯한 표정으로 소감을 말했다. 자갈마당 내 옷가게 이름을 따온 탓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는 말도 보탰다.

그는 “대구시는 일방적으로 인근 대단위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는 10월까지 자갈마당 폐쇄로 압박하고 있지만, 이곳을 터전으로 삼은 우리도 대구시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

37개 성매매 업소가 즐비한 자갈마당 내 팔팔관 건물 뒤편 165㎡(약 50평)의 공터 파란색 천막 안에 15개의 플라스틱 탁자와 의자로 손님맞이에 나선 3명 8개 조 24명의 자갈마당 업주와 여성종사자는 쌀밥에 매콤한 소고깃국, 어묵볶음과 도토리묵 무침, 직접 담근 김치를 내놨다. 식사를 마친 이들은 작은 빵과 요구르트도 챙겼다.

대구 중구 도원동 속칭 ‘자갈마당’ 업주와 여성종사자들이 7일 오전 11시 문을 연 무료급식소를 찾은 노인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정일훈 수습기자 ilhun@kyongbuk.com
여성종사자 대표 이미선(가명)씨는 “가진 것도 배운 것도 없는 우리이지만 부모님 같은 어르신들에게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손수 정성 들여 지은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면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면서 “무료급식소를 자갈마당 폐쇄를 늦추려는 수단으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60여 명의 노숙인과 노인 틈바구니에서 점심 한 끼를 해결한 팔순의 청각장애 노인은 “꿀맛 같았다”면서 활짝 웃었다. 그는 “눈치 보지 않고 딸, 아들 같은 사람들의 환대 속에 밥을 먹으니 편하다. 앞으로 자주 찾겠다”고 했다. 다른 노인과 노숙인도 만족스러운 한 끼라고 했다.

자갈마당 업주와 종사자들은 소식을 듣고 몰려든 언론사 기자들에게 대구시의 자갈마당 고사작전에 대한 섭섭함을 털어놓기 바빴다.

이미선씨는 “생계비와 주거비 등 최대 2천만 원을 지원한다는 대구시의 지원책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 남에게 사기 치지 않고 열심히 일해 부모와 형제, 자식을 봉양하기에도 벅찬 인생들인데 그 빚을 대구시가 감당할 수 있겠느냐면“서 “여성인권센터 상담원들의 꾐에 넘어간 아가씨 10여 명도 지금은 다른 지역 집창촌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는 실정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원철 회장은 “자갈마당 지주들이 재개발을 진행해 업종을 변경할 때까지만이라도 대구시가 기다려주길 바랄 뿐”이라면서 “2주 마다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8월부터는 매주 2회씩 노숙인과 노인에게 음식을 대접하면서 우리들의 진정성을 알려갈 계획”이라고 했다.

지형재 대구시 미래전략담당관은 “무료급식소는 순수한 봉사활동이어서 간섭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출입구 폐쇄회로(CC)TV 설치 등의 방법으로 성 매수자의 출입을 압박해 자연도태 되도록 하는 자갈마당 고사 작전은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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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수 기자

    • 배준수 기자
  • 법원, 검찰청, 경찰청, 의료, 유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