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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1년 가까이 끌어온 성주 사드배치 문제가 앞으로 또 기약 없이 세월을 보낼 듯하다.

국내 사드 배치가 북핵으로부터 대한민국의 방위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주한미군과 그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또는 미군의 또 따른 군사적 문제 때문인지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사실이 밝혀지지 않은 채 한국 새 정부와 미국 측이 미묘한 갈등을 보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드문제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다. 그 입장이라는 것이 ‘사드배치 재검토’ ‘국회비준처리’ ‘국민적 공론화’ 등의 말로 딱 부러지게 ‘찬성한다’거나 ‘반대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런 애매한 표현으로 사드반대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문 대통령 지지층과 문 대통령의 안보관에 불안감을 가진 보수층 사이에서 ‘서커스 줄타기’를 하듯 아슬아슬한 전략으로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대권을 차지했다.

그의 전략이 대권을 거머쥐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나 안보에 대해서는 국민적 통합을 끌어내지 못하고 보수층에 강한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와서는 성주 사드배치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법령대로 실시하라”고 국방부에 지시를 내렸다. 청와대가 실시하라는 ‘일반환경영향평가’는 사드 부지가 33만㎡ 이상일 때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견수렴과 공청회를 거치게 되어 있다. 이같은 절차를 완료하려면 적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공청회와 주민 의견 수렴은 각종 환경단체와 진보세력들이 가세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때 천성산 관통 터널 공사와 이명박 정부 때 밀양의 송전탑 건립공사 경우 여러 사회단체가 달라붙어 수년간이나 공사가 지연되어 많은 시간과 엄청난 재정 지출을 한 경험을 우리는 보았다. 이들 문제는 국내 문제기 때문에 시간과 경비지출이 늘어나는 데 국한되지만 한·미·중·북한 등 4개국과의 국방 및 군사문제와 관련된 사드배치는 이와 성격이 크게 다르다.

특히 사드배치 문제는 우리의 최고 우방국인 미국과 밀접하게 관련된 문제인 만큼 국내 문제와 같은류로 다루거나 취급을 하면 큰 오산이 따르고 자칫 오랜 우방국을 잃어버리는 비극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방미를 앞둔 문 대통령 측에서는 사드문제를 한·미정상 의제에서 제외하자는 안까지 들고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가 자비 9억2천3백만 달러(1조3백억 원)를 들여 한국에 설치하기로 한 사드를 문재인 대통령은 왜 이토록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까지 설치를 미적거리고 있는지 그의 복심(腹心)이 궁금하다.

문 대통령의 사드배치 지연책은 한·중 관계 때문인지 아니면 북한과 대화를 하기 위한 제스츄어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렇게 시간을 끌다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미국 본토까지 날아가는 기술을 완성하는 날에는 우리는 무엇으로 북핵에 대처할 것인지 이 문제를 문 대통령은 국민에게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북한이 5천만 남한 국민의 생명줄을 쥐고 좌지우지하는 날이 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미국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트럼프 정부가 지금까지 보여준 문 대통령의 소극적 사드배치에 대해 실망을 하여 사드 설치 백지화와 주한미군의 철수라는 카드를 꺼내 들면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렇게 되면 우리는 1950년 1월 미 국무장관 애치슨이 태평양 방어선을 설정하면서 ‘한반도와 대만을 제외하는 이른바 ‘애치슨 라인’을 발표’한 후 반년도 채 안 돼 한국전쟁이 발발한 비극을 또다시 경험할 우려가 크다.

1973년 1월 파리평화협정이 체결되어 8년이라는 기나 긴 베트남전이 끝난 후 그해 3월 미군이 철수하자, 2년 후인 1975년 4월 30일 베트콩이 월남 정부의 수도인 사이공을 함락하면서 지구 상에서 월남이라는 나라가 영원히 사라졌다. 개인적인 영웅 심리에서나 아니면 정파의 이념에 이끌려 국가의 중차대한 문제를 오판하여 실행할 경우 얼마나 무서운 재앙이 닥친다는 사실을 정치 지도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금 한반도의 안보가 바로 이런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는 사실을 국민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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