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띄엄띄엄 늘어놓는 언어는
의식의 물결 군데군데 놓은 돌다리
나는 긴장하고 그가 놓아준 다리를 건너
그에게 소통하려 한다

어둔한 말에서
흐르는 의식을 읽고
분분하는 그의 생각을 손으로 잡아내려 애쓴다

불분명한 말투는 천천히 끼어드는
안개같이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조금은 젖은 목소리에 묻어나는
어눌한 성품에 조약돌에 이끼 끼듯
내 마음에 안타까움을 끼게 한다

그의 말이 다 전하지 못한 언어의 메아리는
자꾸 그의 눈빛을 채근하며
말의 젖을 물린다




감상) 그녀들이 대화를 한다 손끝에서 나오는 말들이 현란하다. 한 그녀는 시끄러운 듯 귀를 막지만 아무리 귀 기울여도 나는 들을 수 없는 말들, 그녀의 말을 읽으려고 그녀의 배경을 본다 어쩔 수 없이 내 손을 본다 내 손이 들려주는 말들, 내 손이 거쳐 온 어떤 순간들, 끝내 못들은 누군가의 말 몇 마디가 그곳에 묻어있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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